배심원단 8시간 고심끝 유죄평결
최고 가석방없는 종신형 살 판
배우나 모델을 뺨치는 미모와 몸매, 그리고 남부럽지 않은 전문직을 가진 26세의 크리스틴 로섬(전 검시소 독극물학자)이 남편을 살해한 독부인가 여부를 가리는 배심원 재판이 12일 끝났다.
결과는 유죄. 7명의 남성과 5명 여성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8시간의 평결 합의 과정을 거쳐 ‘로섬은 카운티 검시소에서 훔친 독극물로 남편 그레고리 드 빌라스(당시 26세)를 살해했다’는 혐의에 유죄평결을 내렸다. 또 극약을 이용한 특수 살인혐의에 대해서도 역시 유죄를 평결했다.
샌디에고 수피리어 법원의 잔 톰슨 판사가 유죄 평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로섬은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쏟아냈고 방청석에 있는 부모를 애원하는 듯한 눈길로 응시했다. 또 배심원단을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했다.
두 개 혐의에 유죄가 평결됨에 따라 그녀는 오는 12월12일에 있을 형량선고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까지의 형에 처해지게 됐다. 검찰측은 그녀에게 사형을 구형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이날 톰슨 판사는 형량 선고 때까지 이번 재판에 연루된 변호사, 검사, 증인, 가족, 배심원들 모두에게 사건에 대한 논평을 하지 않도록 ‘함구령’을 내렸으며 그에 따라 배심원들은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로섬의 부친인 랄프 로섬(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 교수)과 부인은 유죄평결이 떨어지고 딸이 정리에 의해 수갑 채워지는 모습을 보며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반면 그녀의 시부모(시우전옥스 거주)와 시동생 등은 “정의가 밝혀졌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로섬은 3주일에 걸쳐 열린 재판에서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2000년 11월6일 이미 혼수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발견했으며 그녀가 멕시코에서 사온 오래된 처방약들을 먹었다는 말을 사건 당일 아침에 들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그들의 집에 도착한 패러매딕스는 이미 숨진 빌라스의 사체 주위에 뿌려진 빨간 장미꽃잎들과 결혼사진 액자를 함께 발견했다. 경찰은 당시 유서는 없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 ‘약물음독 자살’로 종결시키려 했다. 그러나 빌라스의 형 제롬(사우전옥스 보험 감독관)이 “동생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 특히 그는 약을 먹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며 타살설을 강력 제기하면서 결국 그녀는 살인혐의로 체포되고 재판대에 서게 됐다.
검찰은 그녀가 불륜관계를 맺은 직장 수퍼바이저 마이클 로벗슨과 공모, 그녀의 상습적 마약복용 사실을 폭로하려는 남편에게 직장에서 훔쳐 간 마약성 강력 진통제 페타닐을 먹여 살해한 후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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