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회관 오뎅은 알아주는 특미로 손꼽힌다.
특히 오랜 시간 달여내 시원하고 맑은 오뎅 국물은 주인 이상헌씨가 매일 직접 조리하는 ‘작품’. 요리사 40년 경력으로 빚어내는 회심의 역작이다.
이씨의 오뎅 국물은 큰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재료와 정성, 그리고 ‘오뎅가마’라는 특별한 시스템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선 멸치다시로 국물을 낸다. 재료의 양을 이씨 기준으로 맞추면 물 한 버켓(4 갤런 정도)에 멸치는 큰 손 한주먹만큼 넣는다. 중요한 것은 찬물에 은근히 우려내는 것. 더운물에 팍 끓이지 않고 찬물에 넣고 한시간 정도 서서히 달인다. 이때 불 조절이 중요하다. 한시간쯤 걸려서 물이 끓기 시작하게끔 불을 맞추고 물이 끓으려고 하면 끓기 직전, 똥물이 빠지기 전에 멸치를 건져낸다.
이 다시물에 두꺼운 다시마 큰 것(약 2 피트짜리) 한 장을 찬물에 살짝 씻어 넣고, 가쓰부시오(dried shaved mackerel) 한 주먹, 파뿌리 깨끗이 씻은 것 2 묶음, 양파 1/4 개, 잘게 채 썬 무 1개를 넣고 약한 불에 한시간동안 끓인다. 여기에 간장 약간(색깔 낼 정도)과 미린 한 국자, 소금 1/2 스푼, 혼다시 5 스푼으로 간을 맞춘다. 이렇게 낸 오뎅국물은 오뎅가마로 옮겨 계속 덥히면서 서브한다.
이제는 내용물 차례. 먼저 익힌 무 한덩이와 토란, 계란, 부친 두부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쇠심줄과 새우, 오징어, 미역, 다시마, 게살, 팽이버섯, 캐비지 마끼, 10여종류의 오뎅을 차례차례 얹은 후 국물을 담아 식탁에 낸다.
이 모든 재료는 팽이버섯을 빼고는 미리 조리해둔 것. 크게 자른 무 덩어리는 멸치국물에 간장 넣고 색깔과 간을 맞춰 오뎅가마에서 하루정도 푹 무르게 익힌 것이다. 캐비지 마끼는 다진 소고기에 양파, 마늘로 양념한 것을 만두처럼 빚어 캐비지로 싸서 찐 것.
오뎅은 모두 다운타운의 일본집 ‘마루따마’에서 질좋은 생선을 재료로 특별주문해오는 것으로 종류는 지꽈, 실린더, 마루땡, 사라땡, 야끼다, 자슈, 노리, 나루또 등이다.
한편 잊지 말 것은 오뎅 찍어먹을 겨자와 간장. 간장은 짜지 않게 다시물과 섞고 파, 마늘, 깨를 넣는다.
서울 롯데 앞 ‘이학’에서 오랫동안 요리사로 일했던 이상헌씨는 83년 강남회관을 오픈했고 그 이듬해부터 LA에서 오뎅을 만들어왔다.
“원래 눈 내리는 추운 날씨에 호호 불어가며 먹어야 제 맛인데 LA는 날씨가 맞지 않아 처음엔 안 했지요. 오뎅은 마진이 없고 일이 많아 이렇게 정식으로 하는 곳이 근방엔 없습니다. 올해는 안 하려고 했는데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만 두질 못하네요. 특히 외국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루 수십 그릇을 담아냅니다”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