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있는 수 백 개의 박물관 중 소수계 이민자들이 꼭 한번은 가 볼만한 곳이 웨스트 LA의 관용 박물관(Museum of Tolerance)이다. 나치 강제 수용소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후 나치 헌터로 변신한 유태인 인권 운동가 사이먼 위젠틀 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와 남의 나라에 와 사는 소수계가 스스로 권익 지키기를 게을리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993년 문을 연 이래 전 세계에서 35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이 센터는 남가주 유태인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이끌고 온 유태인 부모들로 붐빈다. 31개의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제2차 대전사와 유태인 학살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진 이 하이텍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강제 수용소 모델이다. 이곳에 서면 600만 명의 유태인이 어떻게 마지막 숨을 거뒀는지 실감할 수 있다.
24일 이곳에서 탈북자와 북한 주민의 참상을 알리는 세미나가 열린다.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강제 수용소가 남아 있는 북한의 현실이 강제 수용소 모델 앞에서 밝혀진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 세미나 관계자는 “유태인들이 탈북자와 북한 문제에 대해 뜻밖의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유태인 사회에 이를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탈북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2000년 동안 자기 나라를 떠나 박해를 받아온 유태인들인지도 모른다. 1975년 월남 패망 후 첫 보트 피플을 발견한 것은 이스라엘 배였다. 이 보고를 들은 베나헴 베긴 수상은 즉시 이들을 이스라엘에 정착하게 해줘 난민들이 차린 월남국수 집이 지금도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보트 피플에 동정적인 것은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세인트루이스 호를 타고 미국까지 온 유태인들은 미국의 입국 거부로 다시 독일로 돌아가야 했다. 한 때 자유의 꿈에 부풀어 있던 이들은 결국 몰살당했다.
연방 상하원은 최근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 미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공화 민주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법안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 문제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김정일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을 잘 아는 부시 행정부 역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주요 언론과 싱크 탱크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탈북자 문제는 LA 한인 사회에서는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한인들은 유태인들의 돈벌이 기술뿐만 아니라 인권 수호와 동족을 감싸안는 정신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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