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의 저녁노을은 낭만의 상징으로 꼽히지만 사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않다. 노을이란 대기 중에 떠있는 불순물, 즉 먼지 입자에 햇빛이 부딪혀 산란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일기예보가 없던 옛날에 노을은 날씨를 점치는 수단이 되었다. 저녁노을이 유난히 곱게 물들면 다음날 날씨가 청명하다는 것이다. 경험에서 생긴 일기속담인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기상학적으로도 타당성이 확인되었다. 저녁노을은 서쪽 하늘에 먼지가 많은 것을 의미하며, 먼지 많은 공기 속에는 수증기가 없으므로 결국 날씨가 맑아진다.
반면 교회당의 종소리가 유난히 낭랑하면 그 다음날 피크닉은 연기하는 게 좋다. 비가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으면 지표면이 열을 받아 대기의 아래층이 따뜻해지면서 대기 위층과의 공기 밀도차가 커지고, 그렇게 되면 소리는 위쪽으로 올라가 흩어진다. 그러나 일기가 나쁘면 지표면 가까운 곳과 위층의 온도가 비슷해 공기 밀도차가 작아지면서 소리가 흩어지지 않고 멀리까지 전파되는 이치이다.
그외 개미가 줄을 지어 지나가거나, 청개구리가 울고, 제비가 지면 가까이 날며, 물고기가 물위로 입을 내놓고 숨을 쉬면 비가 올 징조이다. 기상관측이 발달하기 전 사람들은 자연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다음날의 일기를 점쳤다.
기상변화에 관심을 갖고 최초로 책을 저술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기원전 350년께 쓴 책에서 그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두가지 물질, 즉 비의 근원이 되는 차갑고 습한 물질과 바람의 근원이 되는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기상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일기도를 근거로 한 일기예보가 나온 것은 19세기 중반. 지금은 인공위성, 기상 레이더가 발달하고 대형 컴퓨터가 기상자료들을 신속히 처리, 상세한 기상예보가 가능해졌다.
그런데도 일기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고 한다. 기상현상은 대기 중의 작은 소용돌이부터 지구크기 만한 거대한 대기순환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현상들이 중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원리를 동원해도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기예보만큼 예상이 어려운 것이 요즘 한반도 기류이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이후 한반도의 기후가 예측불허이다. 김대중 정부가 쏟아 부은 ‘햇볕’으로 이제는 훈풍만 불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삭풍이 몰아닥쳤다.
이번주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서풍이 불든 비가 오든, 바깥 날씨가 어떻든 우리 민족끼리 잘 해나가자”고 했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다. “(안팍의)온도차가 심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정세현 통일부장관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번의 기상이변이 ‘주의보’로 끝날지 ‘경보’로 확대될지 알수가 없어 답답하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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