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언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또 언제나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설 것인가. 요즘 미 국민의 주요 관심사다. 월가 전문가 및 정부 경제 관료들은 여전히 경기가 조만간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추가 금리 인하나 경기 진작책이 특별히 필요 없다고 호언한다.
그러나 경제 전선에 드리운 먹구름은 그리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 고용, 제조업, 소비자 지출 등 각종 경제 지표들에 의하면 경기가 W자 형태의 침체, 즉 이중 경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설상가상 9월말 이후 계속되는 태평양 부두 파업은 연방정부가 개입의사를 보였지만 제조업, 소매 및 농업 관련 업체들의 연말 실적은 물론 4분기 GDP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 역시 끊임없는 기업 실적 경고, 불안정한 국제 정치 및 경제상황, 유가 불안 등으로 하루 하루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경기 진작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한해 동안 11번에 걸친 공격적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와 같은 금리 인하 정책은 실제로 90년대 일본 중앙은행의 0% 금리정책의 시행이 경기를 회복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물론 연준리의 빈번한 금리 인하는 주택 매매 및 모기지 재융자 붐을 가져 왔으며 이는 소비자 지출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줌으로써 추가 경기 침체를 억제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 경제 활동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이 최근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이는 소비자들이 어떤 이유로든 소비긴축을 하고 있다는 경고 사인이다. 최근 월마트, 시어즈, 로벅 등 대형 소매 업체들이 분기 수입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는 점은 그 동안 강세를 보였던 소비자 지출의 약세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 지출이 약세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여전히 위축 상태라는 사실 또한 가까운 장래에 의미 있는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시장의 불안정, 주식 가격의 폭락, 이라크와의 전쟁 등의 불안 요인들을 감안하면 향후 소비자 지출의 약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2003년의 오일가격을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주요 불안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오일가격은 배럴당 31달러에 육박하여 금년에만 거의 10달러 이상 올랐다.
궁극적으로 대 이라크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일 경우 오일 가격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아직 회복세를 타지 못한 미국 및 글로벌 경기는 다시 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하루 예상 손실이 10억~20억달러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 29개 항구의 직장폐쇄는 제조업 및 대형 소매 업체들의 연말 실적에 큰 타격이 된다. 특히 주택 경기와 함께 최근 소비경기의 한 축을 이루어왔던 자동차 업종의 조립라인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 사태가 중장기화 될 경우 가뜩이나 기업실적 부진으로 허덕이는 많은 기업들은 또 한차례의 해고 전쟁을 치러야 한다.
현재의 미미한 경제 성장률은 미-이라크전이 장기화 될 경우 오일 가격의 급상승, 예상되는 대규모 해고, 소비자 지출의 약세 등으로 인한 잠재적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 진작을 위해 연준리가 한 차례 더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연준리의 추가 금리인하가 경기 하락을 회복으로 돌리기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연준리 역시 금리인하 카드를 당장 완전히 소진할 수 없는 딜레마에 있다. 그렇다고 11월 중간선거를 한달 앞두고 전쟁준비에 부심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 역시 경기회복을 위한 뾰족한 묘안이 없어 보인다. 물론 미국 경제가 이중 경기 침체에 빠져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기 회복 시기가 언제가 될지 향후 전망은 암울하다
정수익
퍼스트 아메리카 투자사 한국담당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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