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목회학박사. 종교전문기자)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인관계’라고도 부를 수 있다. 또 다른 말로 비약해 부른다면 일명, 관계 처세술(處世術)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나’와 ‘너’의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나’를 빼고 ‘너’를 빼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성이다.
’나’란 나로부터 볼 때는 주체(主體)요, 타자로부터 볼 때는 객체(客體)가 된다. 나와 너가 있음으로 관계는 성립된다. 관계란 그만큼 연계(連繫) 즉, 사슬처럼 얽혀 있는 상황을 뜻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지연(地緣), 학연(學緣), 인연(因緣)으로 얽히고 설킨다.
지연은 태어난 곳을 바탕으로 엮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학연이란 학교를 통해 알게 된 관계 즉, 동창·동기생들의 관계를 말한다. 여기엔 선후배도 포함된다. 인연이란 부모와 자식 관계, 부부 관계, 형제 관계, 우연히 알게 된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수동적인 주어진 관계 즉, 천연(天緣)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직장에서의 만남,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인연에 들어갈 수 있겠다.
평소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관계 처세술을 잘 해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을 쉽게 혹은 즐겁게 살아간다. 이 같은 사람들은 지혜롭다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평소에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반대로 평소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세
상을 어렵게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움을 당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평소에 안부 전화 한 통 하지 않다가 어려움을 당했다고 치자. 그리고 호소하면 누가 기분 좋게 받아들일 사람이 있겠는가. 여기에 관계 철학의 묘미가 담겨있다.
세일즈맨들의 성공 철학 중 하나는 고객과의 좋은 관계 유지라 할 수 있다. 세일즈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친절한 말 한 마디에 고객은 상품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종목의 상품이라도 불친절한 말 한 마디에 고객은 돌아설 수도 있다. 이런 차원의 관계란 단순 관계이다. 하지만 좋은 관계 설정의 기본이자 출발이 될 수 있다.
고등(高等) 혹은 고액(高額) 세일즈맨들은 고객과의 좋은 관계 유지에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활용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그들은 고객의 생일을 확인해 매년, 생일 축하카드를 그들에게 보내준다. 카드를 보낼 때도 정성어린 글을 담아 친필로 써 보낸다.
고객은 감동한다. 이런 일은 돈도 몇 푼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
어떤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늘 "무소식(無消息)이 희소식(喜消息)"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등한히 한다. 이 친구는 독불장군 같다. 상대방이 전화하지 않으면 일년이 가도, 이년이 가도 먼저 전화하지 않는다. 이 친구는 아는 사람은 커녕, 부모와 아내와 자식 그리고 형제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카드나 생일카드 한 장 보내지 않는다.
물론 이 친구에게도 철학은 있다. 공연히 잘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면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지 혹은 아는 사람에게 카드를 보내는 것은 다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카드 한 장 보내는 것보다 자신이 열심히 살고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도 다 좋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철학도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를 경우가 있다. 이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면서, 카드도 보내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둘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바쁘게 뛰다보면 카드 한 장 쓸 시간은 없다.
그러나 성의(誠意)다. 바쁜 와중에 서로 안부를 주고받음이 더 가치 있는 것 아닐까.세상에 사는 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끊을 수 없다. 전화 한 통화하고 카드 한 장 보내주는 것은 관계를 좋게 유지시키는 가장 돈 안 드는 방법 중 하나다.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카드 한 장" 몇 푼 안 든다.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라 "유소식(有消息)이 희소식(喜消息)"이다. 관계 처세술에 달인이 되면 풀리지 않을 일도 술술 풀릴 수 있다.
년 말이 다가온다. 카드를 보내 보자. 관계는 지속된다. 마음이 가고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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