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하늘은 높고 맑으며 말은 살이 찌는 달이다. ‘독서의 계절’이라면서 매년 가을이면 연례 행사처럼 신문 방송에서 아나운서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신간 서적을 소개하는 것을 보아왔다.
봄에서 여름까지 숨 가쁘게 달려와서 가을 문턱에 서면 가쁘게 달려온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다. 여름내 일구어 낸 삶의 양식들을 점검하느라고 자기만의 시간 속에 책과 글과 더불어 사색하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는 계절이다.
길가에 나폴 나폴 흔들리는 코스모스며 가을 국화의 흐트러진 꽃 잎 속에서 여름을 읽어내며 팔베개하고 누어 하늘을 우러러보던 시간이다.
계절은 우리에게 무언의 진리인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며 봄에 생성하면 가을에 돌아갈 길을 준비하느라고 저마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떨어지는 낙엽에서 비움을 배운다.
여름내 무성한 잎은 가을이 되면 새봄을 준비하느라고 빨강 노랑 옷을 입고 그 긴 침묵의 겨울 속에 봄을 기다리며 자기 갈 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테러에 마음이 얼고 아프간 전쟁 고아의 눈망울 보석과 뉴욕 무역센터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 슬픈 눈빛을 볼 때 인간 상실의 공허를 느끼게 된다. 환경오염으로 떼죽음 당하는 고기 떼들은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전 지구촌에 일어나는 일을 앉아서 볼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으면서도 정서 불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약물 복용으로 폐인이 되는 것을 보면 행복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가을을 보내면서 내 이웃에게 나누지 못한 사랑, 나로 인해 마음 아픈 사람 없는가 살펴보고 욕심부리지 않고 양보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김사빈/호놀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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