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름동안 미국의 국립공원 일곱 군데와 준 국립공원 두곳을 보고 왔다. 제일 먼저 도착한곳은 자이언 캐년으로 보통은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격이지만 ‘눈물 흐리는 바위’옆으로 산행을 할 수 있는 등산로가 있어서 여기로 올라가면 그 웅장한 붉은 절벽들을 발 아래로 또는 대등한 위치에서 볼 수가 있다.
둘째는 브라이스 캐년으로 그 수많은 붉은 불상과 뾰족탑들을 대충 본다. 셋째는 캐년랜드스로서 여기에 있는 옆으로 펑퍼짐하게 누워있는 아치는 그 한 쪽 끝이 심하게 균열이간 상태로 바위에 얹혀있어서 어제 무너져 내릴지 가슴 조마조마하다. 네 번째는 가장 감동을 맛본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이 공원의 입국의 경치는 별로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파킹장에 차를 세우고 좀 경사진 바위 길을 한시간 가까이 걸어 올라가면,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느닷없는 강풍이 얼굴을 때리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신의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너무 세어서 기어가서 다른 한쪽의 아치기둥을 만져보면서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다섯째는 공룡 준 국립공원으로서 옛날에는 강바닥이었던 부분이 지진으로 곤두세워지고 여기에 무수한 공룡의 화석들이 자연그대로 전시되어있다. 여섯째는 로키로서 웅장한 산맥 속을 차로 달린다. 가파를 절벽위로 달릴 때는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다. 일곱째는 모래언덕 룬 국립공원으로서 모래가 산처럼 쌓여있다. 어린애들이 또는 어른들도 위에서 아래로 굴러 내리면서 즐거운 함성을 지른다.
여덟째는 칼스배드 동굴이다. 16살의 목동인 짐 와이트가 동굴의 입구를 발견하고 혼자서 20년동안 이 동굴을 탐험하였다고 한다. 아홉째는 과달루페다. 여기서 일정을 마치고 LA로 떠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저린 일은 뉴멕시코주의 550번 도로선상에 있는 인구 500명 가량의 아주 적은 큐바라는 마을에서 ‘여보’라는 한국할머니를 만난 일이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주로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의 캠핑장을 이용한다. 경비도 절약되고 캠핑장 부근의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지도에는 분명히 큐바 옆에 캠핑장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캄캄한 밤에 비포장 산속 길을 한시간을 달렸어도 캐핑장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시커먼 소들이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다. 무섭기도 하고 너무 어두워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큐바라는 마을에는 모텔이 하나밖에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그리로 갔다. 나를 맞은 백인 남자 노인은 백발의 동양노인을 보자 냅다 안에 대고 ‘여보’라고 소리친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였으나 조그만 늙은 동양여자가 안에서 나온다.
이 한국할머니는 여기서 32년을 살았다고 한다. 자식은 딸 하나를 키워서 얼마 전에 시집보냈다고 한다. 한국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외로움이 내 가슴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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