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테레사 박씨 대학졸업 미술 작품전
아내돕는 남편 위암 극복 ‘뜻밖의 선물’
17일 칼스테이트 풀러튼 대학 엑시트 갤러리에서 만난 테레사 박(67, 요바린다 거주)씨의 손에는 중국인 헬렌 지아가 영어로 쓴 ‘아시안-아메리칸들의 꿈’이란 제목의 책이 들려 있었다. 책은 많은 아시안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갖은 고초를 담고 있다. 박씨는 평생 손에서 책을 놓아 본적이 없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해 가르치는 사람인가 했더니 신분이 학생이라고 했다. 갤러리에는 23개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것들은 만학도인 박씨가 이 대학에서 지난 3년 동안 공부하면서 그린 것들로 말하자면 그녀는 이곳에서 졸업 작품전을 갖고 있는 것이다. 13일 시작된 작품전은 19일까지 계속된다.
“인생은 길고도 긴 배움의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81년 남편을 따라 10대의 세 자녀와 함께 팜스프링스에 정착, 그녀가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은 세탁소 운영. 그녀는 미국까지 데리고 온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영어와 미국문화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 데저트 칼리지에 입학,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남편이 90년 위암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박씨는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인생이 이처럼 짧은데 무엇을 하며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마무리할까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박씨는 원래 소질이 있었던 미술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91년 데저트 칼리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미술을 전공하기 시작했고, 98년 칼스테이트 풀러튼 대학으로 편입했다. 그녀는 이번 학기에 조금 모자란 학점만 채우면 내년 6월 졸업식에서 마침내 학사모를 쓰게 된다.
그녀는 “영작문을 배운 적이 없어 영어로 리포트를 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글 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비록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노력하면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 소득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씨가 공부를 하는 동안 남편은 부인의 공부에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덕분에 암을 이겨냄으로써, 박씨에게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박씨는 사실 공부를 많이 한편에 속한다. 독일 본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공부하기를 좋아했다.
이제 자녀들은 모두 성장, 홀로 서기에 성장함으로써 박씨는 홀가분한 마음이다. 큰딸은 샌호제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아들은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학(Intellectual History)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막내딸은 곧 교편을 잡을 예정이다.
박씨는 내년 봄 학기부터 대학원 과정을 밟는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을 졸업한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앞으로 힘이 닿는 대로 학업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시안-아메리칸들의 꿈’ 속편에 소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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