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를 망가뜨리는 ‘아름다운 골칫거리’
▶ 뉴포트비치시 제거 방침에 나무사랑회 소송제기
도시 조경에 뺄 수 없는 가로수.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며 삭막한 도시 환경에 오아시스의 샘물같은 쉼과 여유를 안겨주는 가로수가 때로는 매우 난감한 골칫거리가 된다.
보도 블락을 망쳐 놓고 하수관을 부수고 주택이나 비즈니스의 지반에 균열을 가게 한다. 특히 파이커스 나무는 덩치가 거대한데다 뿌리가 거침없이 억세게 뻗어나가 보도 블락 정도는 가볍게 뒤집어놓고 건물에도 심각한 안전문제를 야기 시킨다.
여러 시 정부도 골칫거리 나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연간 수백만달러를 쓰고 있으나 문제해결은 쉽지가 않다. 산타모니카 시 엔지니어들은 나무 뿌리가 치고 올라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보도블락을 고무로 만들어 보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경우 잘라내 버리는 방법외에는 이렇다할 대안이 없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도시 환경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된 이 나무들을 썩은 이 뽑듯이 제거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뉴포트비치 인근 유서깊은 발보아 다운타운에서는 파이커스 나무 때문에 시정부가 소송을 당했다. 이 지역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발보아 나무사랑회(BAS)는 시정부가 280만 달러의 미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주로 메인 스트릿 연도에 있는 파어커스 나무 25그루를 제거하려하자 법원에 소장을 냈다. 법원은 정식 공청회가 시작되는 오는 16일까지는 나무 제거 작업을 진행할 수 없도록 가처분 결정을 내려 일단 나무사랑회의 손을 들어줬다.
수령이 오래된 파이커스 나무들이 아름답고 또 발보아의 좁은 도로에 우아한 매력을 더하고 있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파어커스 나무 처리에는 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뉴포트비치 시 매니저인 호머 블루도는 발보아 다운타운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는 재개발 프로젝트가 절실하나 나무 문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시는 원래 파이커스 나무를 지난주 내에 잘라낼 계획이었다. 나무를 자른뒤 땅밑에 엉킨 실타래처럼 퍼져 있는 뿌리도 파내고 얌전한 수종인 코랄 검 나무를 심고 보도를 넓히고 새로 단장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반대는 거셌다. 나무사랑회 회장인 린다 그랜트는 “어느날 갑자기 파이커스 나무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슬프다”며 온몸을 던져 나무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녀는 나무살리기 위한 법정비용으로 1만5,000달러는 들 것으로 예상한다.
어릴 때 이 나무위에 올라가 놀기도 했던 그랜트는 “나무를 잘라버린다면 난 다시는 이 길을 걸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내 내심의 자아를 죽이는 일이다”라며 그것들은 단순한 나무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 나무들은 옛날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낚시꾼들이 쉬고 새들이 지저귀고 어린아이들이 놀던 마음의 고향이라는 것.
1960년대 심어진 아름답고 사적 가치도 높은 이 나무들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 매니저 블루도는 “우리는 절대로 나무를 가벼이 자르지 않는다. 그 나무들은 분명 아름답지만 잘못된 장소에 난 잘못된 나무”라고 말한다. 메인스트릿의 한 업소주인도 건물지반이 위험해지는데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말한다.
억세고 빨리 자라는 파이커스는 원래 인도에서 수입된 나무. 지난 1940년대 남가주 전역의 도로와 동네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둥치 직경이 30인치나 자라고 뿌리는 얕아 땅을 뒤집어놓기 일쑤며 반경 20피트까지 뻗어나간다. LA시를 비롯, 글렌데일 세리토스 오렌지 롱비치 허모사비치등의 도시들은 가로수로 좋은 나무 리스트에서 파이커스를 제외시켰다.
나무 하나가 건강하게 커서 성숙해 지기 위해서는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원숙한 파이커스를 잘라내버린다면 발보아 주민들은 자신의 생애중에는 다시는 그런 넉넉한 그늘과 여유를 안겨주는 나무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메인티넌스와 안전 문제를 야기하는 나무를 그냥 둘 수도 없다. 법원은 과연 솔로몬의 지혜가 담긴 판단을 내려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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