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의 머리에는 적어도 4가지 중요한 이슈가 수시로 맴돈다. “한눈 팔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할텐데” “갱에 휩쓸려선 안 될텐데” “급우들과 잘 어울려야 할텐데”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야 할텐데” 등이다. 다시 말해 학업, 갱, 사회성, 재정 등 4가지 이슈다.
이 4가지 이슈에 걸쳐 있는 게 드레스 코드이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학업에 미치는 득실 계산이 찬반 양측에서 빠르게 진행된다. “일정한 복장으로 등교하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찬성론이다. “어떤 학생들은 규격화된 복장을 거북하게 느껴 수업 집중에 방해를 받게 마련이다”는 게 반대파의 논리다. 다양성을 억누르면 역효과가 난다는 게 요지다.
공방은 갱 문제로 이어진다. “드레스 코드를 까다롭게 하면 갱들이 즐겨 입는 옷을 솎아낼 수 있어 갱 문제가 해소된다”는 찬성론과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복장을 규제한다고 해서 갱이 없어지거나 그 활동이 위축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대론이 팽팽하다. 드레스 코드가 겁나 갱에서 탈퇴할 멤버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첨언한다.
친구들과 잘 지내는 데 드레스 코드가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물러설 줄 모른다. 한쪽에서 “옷 때문에 따돌림을 당할 염려가 없어지고 오히려 자존심을 키워줄 것이다”고 하면 다른 쪽은 “드레스 코드대로 옷을 입는다고 해서 왕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뚱보 여학생이 규정을 따르느라 맞지 않는 복장을 해 뚱뚱한 게 두드러지면 자존심만 상하게 될 것이다”고 대든다.
찬반 양측의 평행선은 경제적인 영역까지 나란히 간다. “복장을 자유롭게 하면 빈부 격차가 또렷해져 캠퍼스에서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게 드레스 코드 지지자들의 변이다. 이에 반대파는 “부유층이라고 무조건 화려한 옷을 입지는 안는다. 그리고 드레스 코드를 따른다 해도 값싼 월마트 복장이 있고 이보다 비싼 ‘갭’ 복장이 있다. 또 어떤 가정은 형이나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기도 한다”며 치받는다. “평소 입던 옷을 단정하게 입혀 보내면 될 것을 드레스 코드에 맞춰 옷을 사다보니 추가 부담이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인이 많은 다니는 그라나다힐스 고교에서 최근 드레스 코드를 무시한 학생들이 단속에 걸리자 부모와 시민단체들이 자유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드레스 코드가 학교,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 이로운지 다양성과 자유를 훼손하는지 두부 자르듯 가리긴 쉽지 않다. 다만 중·고교 6년간 획일화된 교복을 말없이 입고 다닌 옛일을 떠올리면 제한적인 드레스 코드를 둘러싼 작금의 논쟁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자유를 실감하게 된다. <박봉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