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하여 대개 욕설이나 주먹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분노를 참으며 조용히 소송을 제기한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한인 중에 소송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소송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증거다.
예전에 모터사이클 딜러를 인수할 당시 에스크로 마감 전날 전 주인이 여직원에게 회사 차를 빌려주었다가 큰 사고를 일으켜 천문학적 액수의 소송을 당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친하여도 차를 빌려주어서는 안되겠구나 굳게 다짐한 일이 있다.
세입자가 장비융자를 하는데 필요한 서류라며 서명을 부탁하기에 서류를 읽어보니 단지 융자받은 사람이 문을 닫게 될 경우 융자회사에 통고만 해주면 된다는 것이어서 서명을 해 주었는데 몇년 후 그가 파산하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융자회사에서 나를 상대로 잔금 2만달러를 지불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그 돈은 물지 않게 되었지만 변호사비는 톡톡히 손해보았다.
근래에는 우리 가게에서 몇 년 동안 착실하게 일해 오던 히스패닉 여인이 한동안 결근하더니 변호사 발신의 두툼한 봉투를 보내왔다. 취사장 바닥에 미끄러져 부상당하였다는 진단서가 첨부됐다. 그런데 그 바닥을 청소하는 책임을 진 사람이 바로 그 여인인데 말이다.
담배 피워서 폐암에 걸렸다고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여 돈을 타내더니 이번에는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뚱뚱해지고 병에 걸렸다고 푸드 체인을 소송한다고들 한다. 소박한 생각에 안 피우고 안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런 상식은 이 소송 문화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일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가게에 들어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해 큰 소동이 있었다. 종업원 여럿이 업고 부축하여 병원에 모시고 갔다. 병원비도 부담해 주고 모든 정성을 다하여 돌보아 주었지만 고마워하는 기색은 없고 무엇인가 부족한 듯한 눈치였다. 이쪽에서도 그 노인이 가엽고 측은해서 호의를 베푼 것이 아니라 단지 소송이 무서워 한일이다. 속으로는 "하필이면 우리가게에 와서…"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떤 어머니가 장난기 한창인 아이 둘을 데리고 가게에 왔다. 둘이서 장난치다가 한 아이가 넘어져 머리를 다쳤는지 가게가 떠나가게 울어댔다. 어머니는 애가 넘어졌다고 매니저부터 찾았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결국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고 뇌 촬영을 하는 등 며칠 동안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자기가 한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주위를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소송을 할 상대를 찾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소송 문화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던 사랑과 용서와 감사와 신의 등 인간의 모든 미덕을 우리 마음속에서 쫓아내고 미움과 이기심과 탐욕과 냉혹한 법조문이 자리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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