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캠퍼스엔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서머 캠프 프로그램에 온 중고등 학생들과 또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는 느낌이 든다. 대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정말 ‘방학’을 했나 의아해 할 정도다.

이러한 캠퍼스의 여름 분위기는 다른 대학에서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학생들은 여름을 학업 연장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회로 삼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학생들만 봐도 서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 중국에서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학생, 법률사무소나 기업체에서 인턴십을 하는 학생 등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정말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사실 봄이 되면 여름에 인턴십을 하려는 학생들 추천서 써주기 바쁘다. 부모들 중엔 자녀들이 여름학기에도 수강을 해서 빨리 졸업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미국사회는 학점만 따고 졸업하는 대학생을 원하지 않는다. 가끔 "우리아이는 여름학기도 해서 3년 반만에 졸업을 했어요"라고 자랑하는 부모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대학에 응시하려는 고등학생이나 전문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대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인 학부모를 위한 세미나를 하면서 가장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미국 대학은 성적만 좋은 학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점수가 좋아도 뭔가 독특한 경험이 없으면 스탠포드나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은 미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

법대나 경영대 등 전문 대학원에 지원하는 경우도 대학졸업 후 어떠한 사회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10여년간 대학 선생을 하면서 이 문제로 학생과 부모간에 갈등을 겪는 것을 자주 보았고, 직접 부모를 설득한 경우도 있다. 갈등의 핵심은 학생들은 대학졸업 후 사회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반면 부모들은 자녀들이 곧장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원하는데 있다.

분명한 것은 아직도 많은 한인 부모들이 한국적인 사고방식에 매여 미국사회가 어떠한 젊은이를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도 한국적인 사고방식의 영향으로 ‘빨리 빨리’ 공부해서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기는 했지만 좀 더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특히 미국사회는 커뮤니티를 위한 자원봉사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아이러니칼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미국 사회가 개인주의를 신봉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회를 이루고 살기 위해선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커뮤니티 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자원봉사가 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국 사회가 요구하는 젊은이를 키워내야 한다. 학업성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학교 성적이나 SAT 점수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 입학사정에서도 많은 명문대학들이 사회봉사 경험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리더를 미국 사회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도 어떠한 차세대 리더를 육성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간 명문대학을 간 많은 우리 자녀들이 지적으론 뛰어났지만 사회의 리더가 되지 못했다면 우리의 사고와 교육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커뮤니티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 사회를 이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또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