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16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오는 30일을 전면 파업일로 결정했다. 이로써 선수노조와 구단주측이 벌이고 있는 노사협상이 그날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메이저리그는 지난 1972년 이후 30년만에 9번째 파업상황에 돌입하게 됐다. 리그가 또 다시 파업이라는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메이저리그는 팬들의 극심한 분노에 봉착, 리그 존립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최대 위기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선수노조는 당초 지난 12일 파업일자를 결정하려다 지난주 협상이 상당부분 진전돼 타결의 여지가 보인다며 이를 보류했으나 지난 3일간 구단주측과 주요 쟁점인 호화세(Luxury Tax) 부문 협상에서 전혀 진전이 없자 이날 집행위원회를 통해 파업일자를 확정지었다. 양측은 서로 협상과정에서 상대방이 전혀 타협의사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조지 부시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양측의 타협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이기도 한 부시 대통령은 "만약 또 다시 파업이 온다면 수많은 팬들이 분노할 것이라는 것을 구단주와 선수들이 직시해야 한다"면서 "나도 그런 (분노할) 팬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백만장자 선수들과 억만장자 구단주들의 돈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 대부분 팬들은 메이저리그가 지난 1994년 파업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열리지 못했던 상황에서 겨우 회복되고 있는 와중에 다시 한번 파업상황이 되풀이 될 경우 다시는 메이저리그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대 위기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양측은 여러 문제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파업결정을 직접 유발한 것은 호화세(Luxury Tax) 문제다. 호화세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선수들의 연봉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샐러리캡’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차이가 있다면 샐러리캡이 팀당 선수페이롤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직접적인 연봉억제 제도인 반면 호화세는 페이롤 상한선이 없는 대신 페이롤이 정해진 기준액수를 초과한 팀에 택스를 부과함으로써 간접적인 연봉상승억제효과를 도모하는 것. 예를 들어 페이롤 총액 1억달러가 넘는 팀에는 초과액의 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린다면 팀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 돈이 많은 팀도 지금만큼 자유롭게 돈을 쓰지 못하게 된다.
선수들은 호화세가 다른 수익분배제도와 결합되면 샐러리캡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 도입을 꺼려하고 있으나 완전 반대에선 한발 물러나 세율을 낮추고 기준액수를 높게 잡는 방법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롤 택스기준액수에 대해 구단주측은 약 1억달러, 선수측은 최고 1억5,000만달러, 택스세율은 구단주측이 37.5∼50%, 선수측은 15∼30%로 제시수치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양측 모두 절대 양보 불가를 외치고 있어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파업은 꼭 해야하나
메이저리그측은 이미 올해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직장폐쇄(Lockout)로 선수들을 쫓아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7일 이후 노사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돼온 시즌이 종료되면 이후 구단주들이 새로운 규정을 만들거나 직장폐쇄를 단행할 때 노조가 이에 맞설 힘이 없다는 점. 따라서 선수들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시즌 중 파업을 통해 리그를 압박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코스로 여기고 있다.
◎여론
말할 것도 없이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미 현실과 동떨어진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과 억만장자 구단주들의 탐욕으로 점철된 싸움에는 신물이 난다는 것. 지난 1994년 총 232일간의 파업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취소됐던 상황을 기억하는 팬들은 또 다시 파업이 이루어진다면 영원히 메이저리그를 외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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