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부산 아시안 게임 참가와 관련, 논란을 빚고 있는 인공기의 게양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합뉴스가 최근 네티즌들에게 던진 물음이다. 응답자 1,786명 가운데 "괜찮다"가 82%, "안된다"가 16%, "모르겠다"가 1%였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인공기쯤이야 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이 결과를 세분해 보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아니고 스포츠와 관련된 것이니 공연히 ‘반공’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남녀에 관계없이 각각 83%, 79%로 "괜찮다"에 지지표를 던졌다. "안된다"고 한 남자는 16%, 여자는 18%로 근소한 차를 기록했다. 적어도 인공기 게양문제에 있어서는 모두 관대했다.
주요 이슈에 대한 견해는 나이에 따라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인공기 게양 문제에서도 어느 정도의 다양성은 어김없이 표출됐다. "괜찮다"에 동조한 응답자는 20세 미만이 72%, 20-29세 86%, 30-39세 89%, 40-49세 79%, 50세 이상이 67%로 최고와 최저의 편차가 22%포인트나 됐다.
진보성향이 강한 20대와 30대는 10명중 8명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50대 이상에서는 거부감을 표출한 응답자가 32%나 됐다. 하지만 반공교육을 많이 받고 또 한국전을 경험한 시니어들 가운데서도 10명 중 6명 이상이 인공기 게양에 우호적인 답변을 한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인공기를 ‘빨갱이’의 상징으로, 적대시해야할 표상으로 여기던 세대의 ‘변심’이라 신선하다.
지역감정이 여전하지만 이 문제에서만은 이상할 정도로 한목소리를 냈다. 북한의 아시안 게임 참가를 반기고 있는 현 정부의 집권기반인 전북과 광주에서 똑같이 96%의 지지를 보낸 것을 일단 접어두고라도, 현정부에 몹시 비판적인 경남에서도 7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은 인공기 게양에 국민적 공감이 형성됐음을 말해준다.
한반도가 국제사회로부터 ‘냉전의 보루’로 불리는 것이 못마땅해서인지, 전쟁 재발 가능성이 줄었다는 판단에서인지, 아니면 "맘에 들지 않아도 같은 민족 아니냐"는 공동체 의식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민이 예전보다 여유 있는 자세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연전에 한인단체들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에서 인공기를 게양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다 부작용을 우려해 내부 논의 단계에서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한인의 사회의식은 이민 오기 전 한국사회에 머무르게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변화조차 따라가지 못해서야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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