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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A씨는 한 때 LA 한인사회의 유지였다. 70년대 초 일찍 이민 와 작은 사업체를 하며 기반을 다져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생활을 하며 사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로 인정받으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잘 나가던 그의 인생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80년대 말 부동산 바람이 불면서였다. 다른 데 한눈 팔지 않고 비즈니스만 하던 그에게 사업체가 붙어 있는 땅을 팔라는 오퍼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브로커가 끈질기게 조르는 데다 제시한 가격이 뜻밖에 높아 귀가 솔깃해졌다. 결국 당시로서는 거금인 50만 달러를 받고 부동산을 팔고 말았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처음 몫 돈을 만져보자 한동안은 구름에 떠다니는 듯 했다. 주위에서는 모두 곧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며 축하해줬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깐. 몇 달 후 이 브로커가 같은 물건을 100만 달러에 되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기는 이민 와 20년 가까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누구는 단 몇 달 사이에 벌어들이다니. 스스로가 너무나 어리석어 보였다. 자기를 속인 브로커도 미웠고 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에 의욕을 잃으니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었다. 엄청나 보였던 돈도 이리저리 없어지기 시작했다. A씨는 결국 LA를 떠나 이름 없는 소도시에서 제2의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주변에 주가 폭락으로 마음 고생을 하는 한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불과 2~3년 전 70만 달러 하던 은퇴 자금이 이젠 10만 달러도 안 된다”, “401 K 통지서 보기가 겁나 아예 뜯어보지도 않고 서랍에 처박아 둔다”,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낮에도 괜히 식은땀이 흐른다” 등등. “내가 진작 팔라고 했는데 당신이 말을 안 들어 이렇게 됐다”며 부부 싸움하는 가정도 많다. “이혼을 하고 싶어도 재산을 모두 날려 할 수가 없다”는 집도 있다. 심지어는 100만 달러를 잃고 마음 고생을 하다 암에 걸려 죽은 한인도 있다. 먹고 살만큼은 재산이 있는 데도 잃어버린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5년 전 수준이다. 2~3년 사이 투자를 시작해 많이 날린 사람도 있겠지만 5년 전에 산 사람은 이제 본전인 셈이다. 손해의 상당 부분은 장부상으로만 존재했던 이익이 날아간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 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가정 속에 속을 끓이는 이들이 많다.
장부 상 손실이든 실제 손실이든 손해를 보면 기분이 나쁜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자칫 하면 자괴감과 분노, 절망 등이 뒤엉켜 재산상의 손해보다 더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과거의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탄식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반성하고 실수를 자기 발전의 디딤돌로 삼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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