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 된지 50여 년이 올 초 남국 학술 교류 추진단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는 지금부터 5,000년 전 암사동 신석기집터를 위시하여 백제시대의 몽촌 토성, 풍납 토성 등 수많은 역사시대 유적이 있는 반면 평양 강동 군에도 우리나라 시조가 잠든 단군릉을 위시한 문흥리 고인돌 유적 등 여러 유적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렇듯 역사적이 밀집된 두 지역 간 학술교류 추진이 바람직한 것은 말 할 나위도 없다. 우리 한민족은 같은 피를 이어받은 단일 민족으로 한반도에 자랑스러운 역사를 꽃피웠다. 그렇기에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이룩해놓은 역사는 남북한 어느 한쪽의 연구 성과만 가지고는 전체를 이야기 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역사의 첫 장을 장식하는 선사시대는 역사시대처럼 문헌기록을 남기지 못하였기 때문에 우리 조상이 남겨 놓은 유적과 유물을 가지고서만 연구가 가능한데 해방 후 이념을 달리하는 남북한간에는 높은 벽을 쌓은 채 상호 교류가 막힌 상태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남북한을 마음대로 왕래하면서 양측 자료를 실제로 본 일본이나 그 밖의 제 삼국 학자 견해가 우리 역사를 연구하는데 주도권을 잡는 아리러니컬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해방 후 처음으로 고고학자로서의 평양방문은 의미가 큰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동안 문헌으로만 보아 왔던 유물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면서 평양 중앙 역사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지난 50년 간 북한 고고학자들이 힘 써 발굴 조사한 유물 13만 점이 전시되고 수장되어 있으니 과연 민족의 보고다. 북한 학계는 그간 최초로 한반도에서의 구석기의 존재, 신석기시대에 있어서 최초 농경의 확인, 일제 시대에 부정되었던 청동기 시대의 존재 확인 등 한국 학계에서는 연구의 체제조차 갖추지 못한 시기에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바로 그런 증거물의 하나하나를 남한의 전문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기쁜 순간이었다.
대동강 저 멀리 보이는 흰색의 단군릉, 과연 아시아의 피라밋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웅장하기만 하다. 한 변의 길이가 50m, 높이가 22m이니까 통구의 장군총보다 세배나 큰 것이다. 북한 학계는 지금까지 신화적 존재로만 여겨왔던 단군을 실재의 인물로 단정할 수 있는 5천년 전의 인골을 단군릉에서 발굴한 것이다.
그런데 남한이나 일본 학자들 중에는 이 단군릉이 학술적 뒷받침이 결여된 상황에서 불쑥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발굴한 단군 뼈의 실물자료는 물론, 옛 문헌 자료에서 실증자료를 들고 나왔다. 즉 고려시대의 사료 삼국유사에서는 단군을 고조선의 시조로, 그리고 고려사에서는 단군 조선이 역사의 정사로 처음 등장하여 조선사의 기록에서 단군릉의 존재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이 단군릉 부근에는 우리나라 강화도 북방식 고인돌과 똑같은 모양을 한 문흥리 고인돌 네 기가 있었는데 북한에서는 고인돌을 청동기시대 묘제 라고 부르지 않고 고조선 묘제로 부르고 그 연대도 종전보다 2,000년 더 오래된 4,500년 전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94년 단군릉 발굴을 계기로 하여 5,000년전의 고인돌, 산성 등을 근거로 고대 단군 조선이 평양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고대 국가를 형성하였고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대동강 문화를 세계 5대 문명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휴전선이라는 높은 장벽을 쌓아놓은 채 양측간에 학술적인 문화접촉이 없어 역사 해석상 견해차가 심각하게 되었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앞으로 정치 경제 교류 못지 않게 남북 간 학술교류가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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