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항소법원 ‘공립교 낭송 정교분리에 어긋’
미국에서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아침 학교에서 성조기를 보며 암송하는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Pledge of Allegiance)’가 위헌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백악관과 의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지역 연방고등법원은 26일 ‘하나님 아래(Under God)’라는 표현이 포함된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는 일신론(一神論·monotheism)을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서, 국가와 교회의 분리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알프레드 굿윈(Goodwin)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현행의)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를 암송하는 것은 성조기가 상징하는 단결(unity),불가분성(indivisibility), 자유(liberty), 정의(justice), 그리고 일신론이라는 가치에 대한 충성 다짐"이라고 해석하고, 이 가운데 1954년 의회가 추가한 ‘하나님’에 대한 맹세는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 아래 하나의 국가(one nation under God)’라는 표현은 ‘예수님 아래’나 ‘제우스 아래’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관련해 중립적일 수 없다"며, 어린이들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키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신론자인 마이클 뉴다우(Newdow·캘리포니아주 새크러맨토 거주)씨가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이 학교에서 매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들어야 하는 것에 반대하여 제기한 이번 소송은, 연방 지방법원에서는 기각됐으나 연방고등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리고 재판을 재진행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어 실제로 적용된다면, 제9지역 연방고등법원의 관할 지역인 캘리포니아, 네바다, 하와이, 알래스카, 애리조나, 아이다호, 몬테나, 오레곤, 워싱턴 주 등 미국 서부의 9개 주가 영향을 받게 되므로, 이들 지역에서는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를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시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에 상고(上告)해서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에는 미국 전역의 공립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를 강요할 수 없게 된다.
사법부의 이같은 위헌 판결 사실이 알려지자, 입법부와 행정부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워싱턴의 하원의원 100여명은 이날 의사당 입구 계단에 모여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암송하며 이 판결에 항의했다. 상원도 진행 중이던 국방 관련 법안 논의를 중단한 뒤, 제9지역 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27일 오전에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 암송 행사를 열기로 했다.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이 판결이 불합리하다며, 법무부가 이에 대항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 상고 방침을 밝혔다.
현행 미국의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미국의 국기와 그 국기가 상징하는 공화국―하나님 아래 하나로 뭉쳐 있고, 갈라질 수 없으며, 모든 국민에게 자유와 정의가 있는 나라―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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