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민 4,700만과 해외동포 600만 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응집되어 염력(念力)을 발휘하고 있다. 포르투갈도 이탈리아도 이기면서 붉은 악마 응원단과 같은 빨간 옷을 스스로 입기 시작한 한인들이 늘고 있다. 옷장을 뒤져 빨간 티셔츠를 찾아내고 마땅한 것이 없으면 일부러 빨간 옷을 사 입고 TV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있던 날 아침 나는 합동응원장소인 서울 플라자에 있었다. 1,500 명 이상의 한인들 대부분이 빨간 옷을 입고 나와 앉고 서고 빈틈없이 몰려들어 대형 스크린으로 위성생중계 되는 경기를 보며 성원을 보내었다.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른 사람, 빨간 티 셔츠 한 장은 입고 한 장은 두건으로 쓴 사람, 빨간 모자와 빨간 스카프 등 빨간 것이라고 생긴 것은 무조건 입고 걸치고 두른 한인들의 표정은 용감무쌍했다.
마치 이 응원 소리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 땅으로 건너가 대전 구장의 태극전사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을 가운데 두고 100인치 대형 스크린 속 열광하는 관중들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듯 경기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잠시도 쉬지 않고 양팔을 내지르며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그러다 이탈리아에게 1-0으로 뒤져 벼랑끝에 몰린 후반 종료 직전, 갑자기 설기현의 동점 골이 이탈리아 네트를 갈랐다. 그 순간 황금빛 물결이 출렁하고 일어섰다. 찬란한 축포가 터지고 도도히 일어난 붉은 물결이 일제히 파도처럼 치솟는 환상을 보았다. 앞자리 측면으로 서서 보고있던 내게 커다란 붉은 바다 한 자락이 출렁하고 옆구리를 관통한 충격이, 그런데 그것은 환상이 아니고 꿈도 아니고 실제였다.
골을 넣자 크리스탈 볼룸 실내에 불이 켜지고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서로 부둥켜안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었다. 요즘 나 역시, 이 날의 응원단처럼 빨간 옷을 자주 입고 있다. 평상시라면 너무 눈에 띄고 자극적인 색상이라 입기 꺼려지는 빨간 옷을 요즘처럼 자주 입기는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입고 보니 남자에게도, 노인에게도 예쁜 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마다 발견할 것이다. 마치 경쾌한 마술에 걸린 듯 기분이 젊어지고 의외로 그 색이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빨간 옷을 입고 보니 발걸음에 자신감이 붙고 어깨도 당당히 펴지고 16강, 8강, 4강, 우승의 공동목표를 향해 일체감과 소속감을 동시에 갖게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더욱 발랄해지고 투지에 불타며 나이든 사람들은 20대로 돌아간 듯 청춘과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처럼 붉은 기운이 한인사회 언저리를 감쌀 때 우리가 이루어낼 것은 무엇일까? 활활 타오른 이 불꽃을, 넘치는 이 에너지를 어떻게 갈무리할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이 불덩어리를 몰고 갈 것인가? 이 불꽃이 사그라지기 전에, 고인 이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고스란히 잘 살려 희망적인 한인사회 미래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민들은 어려운 경제 현장을 잘 극복하여 경제부흥으로, 혼탁한 정치계는 도덕성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미주한인들은 서로 도우면서 사는 단합된 한인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말도 잘 못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1.5세와 2세들의 가슴속에 화인(火印)된 ‘대한민국’은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나갈 자신감, 이렇게 뭉치면 다 되는구나 하는 확신을 주었다. 같은 한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마음으로 환호하고 탄성을 지르면서 이민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린 것처럼 월드컵의 빨간 옷 응원은 이민 살림살이가 어려울 때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