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이를 감옥에 넣다니… 훈장을 줘도 모자랄 텐데…." 10여년 전 한 미주 산악인이 한 말이다.
그는 뭐 특별히 친북한 성향의 진보주의자가 되어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의 입장에서 임수경씨의 북한행을 두둔했던 것이다.
임수경씨가 평양 축전에 참가했을 때 그는 북한을 방문중이었고 했다. 마침 ‘조국의 품을 찾아온 남조선 여대생이 있다’는 북한 당국의 대대적 선전에 도대체 어떤 학생인가 궁금했었다는 것이다.
짐작과는 달리 임수경씨는 발랄한 대학생이었고 이런 임씨의 일거수일투족은 당시 북한 사회로서는 일대 쇼크였다는 게 이 분의 현장 목격담이었다.
우선 대규모 군중집회에 청바지를 입고 나온 것부터가 북한 주민에게는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자가 김일성 수령에 대한 찬양을 은연중 유도했을 때 또 충격적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수만 군중이 보는 데서 이를 또렷이 거절했다는 것. 이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그 발랄하고 당당한 행동에 수만 군중은 충격을 지나 동요의 표정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 사회의 자유와 풍요로움을 알려 북한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변화를 일으킨 사건이 임수경 사건이었다는 게 이 분의 증언이었다.
북한의 조선중앙 TV가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경기를 녹화 방영했다는 보도다. 한국팀의 경기를 방영한 것은 이번 월드컵 개막이래 처음으로 폴란드, 포르투갈 등을 누르고 16강전에 오른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붉은 악마들의 응원소리는 삭제한 듯 중간중간 기계음만 감지됐고 또 2시간이 넘는 경기시간을 1시간 분량으로 줄여 방영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그러면 한국과 이탈리아 16강전을 편집하면서 무엇에 특히 주목했을까.
자진해서 저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한국의 젊은이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즉석에서 ‘하나 됨’을 연출하는 신세대.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
’남조선 인민’들의 이 열정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졌을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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