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인해 열광의 도가니로 돌변한 한국은 지금 나라 전체가 붉은 파도가 넘실대는 홍해가 된 듯하다. 그리고 이 붉은 파도의 중심에는 푸른 눈의 이방인 감독 거스 히딩크가 우뚝 서 있다.
올해 55세의 네덜란드인 히딩크. 지금 그는 한국인들에게 가히 ‘경외의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세기에 걸친 5번의 월드컵 도전에서 단 1승도 못한 팀을 단 1년 반만에 세계적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으로 탈바꿈시킨 ‘미러클 워커’(Miracle Worker)로서의 경이적인 능력 때문. 하지만 진짜 우리들을 경탄시키는 것은 한때 팀의 실력 향상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감독 교체까지 거론할 만큼 거셌던 근시안적 비판 여론에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소신대로 밀고 나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그의 의지와 리더십이다. 히딩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며 정말 훌륭한 지도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을 수 있음을 실증해 보였다.
그렇다면 히딩크가 보여 준 리더십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압축하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앞을 내다보는 비전과 거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신념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강력한 카리스마, 그리고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목표를 향해 일심으로 정진하게 하는 포용과 융화력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모두가 특별히 새로운 것들은 아니지만 이를 실제로 현실에 적용시키기는 결코 쉽지 않은 데 히딩크는 이를 완벽하게 해냈고 그 결과는 역사에 길이 남을 한국의 월드컵 신화로 나타났다.
물론 박수를 칠 때 두 손이 부딪쳐야만 소리가 나는 것처럼 한국의 월드컵 신화도 모두 히딩크 한 사람만의 공으로 돌릴 순 없다.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는 말처럼 그의 지도를 충실히 이행하고 배우며 몸이 부서질 때가지 뛴 선수들과 5천만이 하나가 돼 혼신을 다해 성원한 국민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히딩크는 리더로서 흩어져 있던 구슬과 같은 가능성들을 하나로 꿰어내 기적을 만들어냄으로써 진정한 리더의 본보기가 됐다.
지금 한국 경기장에는 ‘히딩크를 대통령으로’(Hiddink for President)라는 대형 배너가 걸려 있고 그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면 압도적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물론 그가 보여준 걸출한 지도력 때문이다. 오는 12월 대선에 출마하는 대선 후보들이나 현 대통령이 그 배너를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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