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하면 여기 사람들은 백발백중 반색을 한다. 비단 이곳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만이 아니다. 오다가다 지나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로드아일랜드의 고급도시 뉴 포트 레스토랑의 미녀 웨이트레스도 내가 캘리포니아서 왔다는 말에 감탄사를 발했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지만 이젠 약간은 관심 끌기 작전으로 써먹는 편이다.

동부에 오래 뿌리내린 한국사람들조차도 혹 자녀들이 직장이나 학교로 캘리포니아로 가면 은퇴에 맞추어 대 이주를 하겠다고들 한다. "아이들이 한 번 캘리포니아로 가면 하나같이 돌아오지 않아요. 지난번에 딸애가 직장을 캘리포니아로 한다고 해서 그럼 어떻게 우리도 집 팔고 가보나 기대했었는데 무산되었어요" 뉴저지 사는 한 부인이 내게 말한다.

캘리포니아서 온 나한테는 듣기 좋은 말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캘리포니아를 이같은 인기대상에 오르게 하나? 오하이오에 사는 친구 말처럼 "캘리포니아, 날씨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더라" 이것이 선망의 이유전부는 아니리라.

2년 전 이스트코스트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는 십일월이었고, 벌거벗은 나무들과 길가에 쌓인 더러워진 눈 더미, 금방 어두워지는 저녁으로 마치 그 옛날 독일 땅을 처음으로 밟던 느낌마저 들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에 크리스마스가 없었다면 얼마나 암담할까 생각했다. 4월까지도 눈이 내리기가 일쑤인 이곳은 일기예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날씨 채널이 있어 수시로 전국의 일기사정을 알려줄 정도다. 현재의 기온과 이번 주의 기온예보는 캘리포니아서도 방송하겠지만 그것에 신경 쓴 기억이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유색인종으로 진정한 마이노리티를 의식하게 된 것이 이곳에 와서다. 동부는 백인세상일뿐더러 잘생긴 백인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캘리포니아로 치면 유색인종들이 할 일을 잘생긴 젊은 백인들이 하고 있을 때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에 양다리를 걸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양쪽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발견하곤 한다. 이유야 물론 자기 편하라고겠지만.
유명한 동부의 가을은 말할 것 없이 초여름인 지금 이곳 날씨는 정말 기막히다. 캘리포니아의 어떤 ‘원 화인 데이’와도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무성한 숲과 호수와 강물과 해안 등이 이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자연의 연중공연을 수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준 높은 라디오방송과 신문을 꼽을 수 있고, 헐리웃과 그 언저리들이 이루는 돈과 명예와 젊음과 아름다움이 목적이고 전부인 듯 보이는 어딘지 가짜스러운 문화파장에서 멀다는 사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짧은 미국역사의 유적들이 이해시키는 힘 등이 이곳의 매력이다.

우리에게 가장 불편을 주는 점은 수퍼마켓이 너무나 적다는 사실이다. 아파트가 가까워서 망정이지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서 시장을 볼까 내심 우려될 만큼 이곳의 유일한 대형 수퍼체인인 수퍼스탑&샵이 근방에 몇 안된 다. 그러니 수퍼스탑은 일년 내내 아침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주차하기 힘들만큼이나 만원이고, 카트마다 산더미같이 물건을 실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남편 말 맞다나 이렇게 잘되는 수퍼마켓은 본 적이 없다.

끝으로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의 올랜도 지점을 닫는 바람에 그곳에 옮겨온 직원의 말이 많은 말을 대신할 것 같다. 스테이트 택스가 가장 적은 스테이트에서 가장 많은 스테이트로 이사를 해야 했으니...이 모든 것이 동부를 있는 그대로 두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