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1막이 끝나기도 전에 객석에서 때아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눈물에 젖은 듯 따뜻한 목소리로 부른 아리아 ‘나의 말을 들어주오’를 끝낸 순간 수많은 관객들은 하나가 돼 갈채를 보냈다. 2시간이 넘는 공연동안 이런 ‘중간박수’는 딱 한번 더 나오는데 그 유명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터져 나올 때이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제목처럼 ‘투란도트’ 공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지만 객석의 분위기는 이미 홍혜경씨가 맡은 노예 ‘리우’ 쪽으로 기울어 버린 듯했다. 사실이 그랬다.
모든 남자들을 죽일 생각만 하며 쩌렁쩌렁하게 아리아를 토해내는 공주보다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으며 애처로운 연가를 부르는 노예가 더 사랑을 받은 것이다.
역할을 떠나 성악가의 기량면에서 볼 때 세계 3대 무대인 메트로폴리탄을 오랫동안 지켜온 홍씨의 기량은 ‘투란도트’를 맡은 오드리 스타틀러보다 한 수 위였다. 커다란 체구만큼이나 풍부한 성량으로 무대 밖까지 솟아 나오는 스타틀러의 목소리도 훌륭했지만, 인물에 몰입해 세밀한 감정까지 살려내는 홍씨의 서정적인 노래를 능가하진 못했다.
‘칼라프’역을 맡은 테너 프랑코 파리나의 힘차게 꽂히는 명확한 음성이나 ‘티무르’로 분한 멕시칸 베이스 로젠도 플로레스의 심연을 울리는 묵직한 소리도 듣는 즐거움을 풍성하게 해줬다. 각 인물의 특성에 맞춰 각각 다르게 편성된 관현악의 선율도 인상 깊었다.
참수된 목이 주렁주렁 달린 성벽, 온통 황금빛으로 발하는 황제, 공들여 제작된 다양한 중국식 세트와 의상도 공연에 힘을 실어줬으나 궁궐장면에서 등장하는 군인이 반원형으로 깃털이 달린 로마시대의 투구를 쓰고 있는 것이 옥의 티라면 티.
‘리우’의 죽음으로 감화를 받은 ‘칼라프’와 ‘투란도트’가 극적으로 사랑을 완성하는 오페라의 피날레는 루치아노 베리오에 의해 새롭게 작곡된 부분으로 이번 공연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느슨한 호흡으로 긴장감이 떨어지고 다소 지루한 감마저 든다는 평이다.
푸치니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는 16일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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