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Insomnia)
★★★★(5개 만점)
지난해 거슬러 올라가는 서술방식의 스릴러 ‘메멘토’를 연출, ‘귀재탄생’의 찬사를 받았던 영국 태생의 크리스토퍼 놀란의 잘 만든 살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튼튼한 구조와 눈부신 연기 그리고 분위기 황량한 경치와 촬영 등이 모두 훌륭한 작품.
살인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범인의 심리게임 그리고 특히 불면과 판단력 혼란에 시달리는 형사의 내면을 칼로 베고 들어가면서 심리묘사에 치중한 도덕극이기도 하다. 연기파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주연한 1997년작 동명의 분위기 스산한 노르웨이 영화의 미국판이다.
LA의 베테런 형사 윌 도버(알 파치노)와 햅(마틴 도노반)은 옛 친구의 요청을 받고 친구가 서장으로 있는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 나이트뮤트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수사 차 이곳에 도착한다.
윌 등은 범인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을 파놓고 잠복 근무를 하던 중 나타난 범인을 쫓다가 짙은 안개 속에서 윌이 햅을 오인 사살한다. 그리고 윌은 이 오발사건(?)을 도주한 범인에게 뒤집어씌운다.
일찌감치 드러난 범인은 송충이 감각 드는 싸구려 범죄 소설작가 월터 핀치(로빈 윌리엄스). 어느 날 월터는 윌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목격한 윌의 햅 사살에 대해 입다물 테니 자신의 범죄를 죽은 여고생의 동급생 애인 랜디(조나산 잭슨)에게 뒤집어씌우는데 동조하라고 제시한다.
그런데 과연 윌은 햅을 오인 사살한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 살인을 한 것인가. 윌은 LA에서 자신이 수사하던 아동 성학대 용의자에게 증거를 심어 현재 내사과의 조사를 받는 중. 그런데 햅이 이 사실을 털어놓겠다고 하면서 윌은 수십년 쌓아온 명예로운 형사 생애가 삽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햅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윌은 계속해 이 죽음을 월터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다)과 월터라는 가증스런 범죄자와의 유착관계 등으로 스트레스와 도덕적 혼란에 빠져 있는 윌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밤이 없는 여름 알래스카의 ‘미드나잇 선’.
불면증이 있는 윌은 이 지지 않는 태양 때문에 며칠간 한 잠도 못 자 내적·외적으로 모든 것이 몽롱한 혼돈상태다. 세상 끝 같은 황량미를 품은 변방에서의 ‘미드나잇 선’은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구실을 한다.
고뇌하면서도 코믹한 파치노와 병적으로 교활한 윌리엄스의 연기가 좋고 어두운 내용에 밝은 역할을 하는 여형사 엘리역의 힐라리 스왱크의 모습이 신선하다. 이야기의 꽤나 중요한 비중을 갖는 랜디역의 설정이 엉성하고 군데군데 매듭이 허술한 점 그리고 알래스카 형사는 모두 아마추어로 만들어놓는 등 더러 결점도 있으나 무드에 치중한 지적이요 신경 쓰이는 훌륭한 영화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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