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폭동 당시에 회사는 알링톤과 피코 근처에 있었다. 또 캄튼과 엘세군도에서 카운티 건물을 신축 중이었다. 사건 당일 전기 시공자 한테서 전화가 왔다. 동네 청년들이 자기한테 너는 한인 같은데 여기서 10분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니 공사를 못하겠다고 하였다. 또 그 날 저녁에는 나의 회사와 또 다른 두 회사에 폭도들이 건물 지붕과 내벽을 부시고 들어와 장비와 컴퓨터 등의 사무실 물건들을 훔쳐갔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다 끝냈지만 잃어버린 장비 등은 서류미비로 일부만 보상받았다.
문제는 한인 이민역사 100년 중에 발생한 이 뼈저린 아픔과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우리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며, 어떤 교육과 계몽을 통하여 유사한 사건들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느나 하는 것이다. 다행히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고 여러 사회단체, 언론 등이 앞장 서서 4.29 폭동의 아픔을 회상하고 민족간의 화합을 다짐하는 평화대행진이 있다는 뉴스를 읽고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를 구슬려서 서울공원에 참석하였다.
막상 참석해보니 너무도 적은 숫자였다. 행사요원과 초청인 그리고 대학생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너무 적은 숫자여서 비슷한 숫자의 경찰과 교통요원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귀가 따갑게 들어온 우리 민족의 단점들이 생각나서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안가겠다고 때쓰는 녀석한테 우리가 이 행사에 꼭 참여하여야만 하는 당위성을 거창하게 늘어놓았는데도 의외로 적은 숫자를 보고 의기양양한 아들녀석에게 나 자신 옹색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의 필요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은 안 한다. 그러나 한인이란 민족 공동체 그리고 그 공동체의 존재와 생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하는 마당에 이렇게 남의 일처럼 단결이 안되면 앞으로 우리 한인들에게 과연 비전과 희망이 있겠나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물론 많은 한인들이 토요일에도 생업이나 종교행사에 참석하느라고 바쁜 것은 안다.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이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안일하고 이기저인 생각을 갖는다면 우리 2세들은 과연 1세로부터 무엇을 배우며, 또 그들이 한인이란 긍지와 단결심은 어디서 배울 수 있겟는가.
일전에 어느 교회에서 열린 은퇴한 교수의 강연회에 1천명이상이 모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의 정치와 가십에는 열심이면서 정작 나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민족의 자긍심과 단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본인이 잘났던 못났던 또는 내 이웃이 싫던 좋던 상관없이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미국이란 공동체의 한 울타리 안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살아야만 하는 공동의 운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타민족은 바로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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