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국의 경제학자인 피터 드러커 박사가 최근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미래사회의 밑그림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 중에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세계인구의 고령화 현상이다.
미국 인구통계연감에 따르면 2002년 7월경 미국의 5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2%에 달하고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도 10%에 이를 전망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유럽의 경우는 65세 이상자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 정도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 현상은 일부 선진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삶의 주기 가운데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보람있게 보내는가가 삶의 질을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여러가지 가능한 수단 중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취업이다.
한 예로 몇년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직장 근로자 1,7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4%가 ‘55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60세까지’는 14.8%, 그리고 절반이 넘는 57%는 “일할 수 있는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지속적으로 일하면서 보람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에서도 전에는 은퇴를 하면 연금이나 사회복지제도에 의지하며 젊은 시절의 헌신을 보상받으며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노년의 삶이었다. 하지만 근래 미국인들은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상태가 증진됨에 따라 은퇴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나 재취업 같은 형태로 사회에 봉사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려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고령자에게 있어서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고령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 자체에서 오는 의미와 깊은 상관성이 있다. 일은 인간의 삶속에서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일로 인해서 자아가 실현되고 보다 의미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일을 하는 고령자들은 사회의 도움이나 자식에게 의존하는 의존적인 존재로서 살아가기 보다는 높은 만족감을 가지고 건강하고 보람된 노년을 살아갈 수 있다.
피터 드러커 박사는 현재의 고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젊은 층의 감소로 인해 세계 노동인구의 급속한 부족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곧 지식과 경험을 소유한 고령자들이 나이가 들거나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으며 이들이 사회전체적으로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자들이 연금재정에 의존하고 복지혜택만을 받는다는 것은 젊은층의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는 현실은 척박하다. 우선은 고령자들이나 은퇴자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이 흔치 않다는 것과 고령자 취업에 대해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는 고령자 취업에 대해서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각종 연구결과는 고령자 취업이 고용주와 개인,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인턴으로 있는 뉴욕한인봉사센터는 지난 93년부터 전미 아시안 노령센터의 지원을 받아 55세 이상의 장년들을 대상으로 취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55세 이상의 장년로 하여금 적절한 직업훈련을 통하여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작업인으로 준비시키고, 나아가 영리 혹은 비영리기관에 취업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장년들이 직업을 찾아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 기업주들은 필요한 양질의 노동자들을 좋은 조건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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