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의 생 각
▶ 최명순<뉴욕 한국민속예술원 원장>
식당 파킹장을 지나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오랜만이다 싶어 다가갔다. 두 명의 미국인과 몇몇의 한국 여자들이었다. 이야기 끝나기를 기다리느라 옆에 서있다 보니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헤어지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미국 남자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인사법으로 포옹을 했다. 그러자 J는 아주 반가운 기회라는 듯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굿 나잇!”
두 남자는 신기한 듯 바라본다. 한 사람이 그것이 한국인의 인사법이냐고 묻자 J는 더 예쁘게 인사를 한다. 두 손을 다소곳이 포개고 몸을 숙이자 미국인들은 따라서 한다.
“자, 보세요. 마음과 몸을 숙여 존경을 표시하고, 몸과 마음을 낮추어 겸손을 기억하게 되지요.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이런 예의를 갖추는 만큼 자신도 그렇게 대우받기를 기대하지요”
두 미국 남자는 두 번이나 더 인사(절)를 연습했다. 가르쳐주고 연습하고, 설명하고 또 묻고…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끝으로 손을 흔들며 그들이 떠나고 오랜만에 J 일행과 잠깐 담소하다 돌아왔다.
J는 그냥 무심코 포옹으로 인사를 마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럭저럭 영어에 큰 불편이 없는 터이고, 보아하니 미국인들과 자연스러운 사이인 듯했다. 포옹에 대한 거부감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항상 그녀는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이 땅에 심자”는 생각과 행동이다.
가끔씩 웃지 못할 일이 있기도 하다. 단체행사 때 입구에 서서 하객을 맞다가 보게 되는 장면이다. 한국남자와 한국여자의 인사 장면, 부부가 걸어오다가 서있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찐(?)한 포옹을 한다.
그냥 볼을 잠깐 대는 것이 아니라 꽈악 붙어서, 조금 과장을 하면 한바퀴 비잉 돌만큼 포옹을 한다. 함께 가던 배우자는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다. 바라보는 내가 더 멋 적다.
남편의 친구들이나, 아내의 친구들에게 포옹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은 어쩐지 우리 한국인에게는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반백이 다 된 한국사람들이 노랑머리, 파란 눈의 흉내를 낸다?!… 그러나 포옹은 좋은 인사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부모형제간에 더 없이 좋은 접촉 인사이다. 그러나 타인들과 인사법으로는 조금 절제해도 좋을 법하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인의 아름다운 면을 알리고 보여주며 사는 것도 중요하다. 더더욱 자녀들의 눈은 우리를 지켜보며, 그들도 은연중에 몸에 배는 예절을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 저녁 초대에서 60이 다 된 부인이 남편의 이름을 당당하게 부르는데 우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쩐지 내가 촌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고 함께 간 친구 남편의 표정과 마주치자 오히려 우리가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 일까? 물론 미국식이라든가, 한국식이라든가 하는 형식이나 모양새보다 그 내용과 의미가 중요한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의 표현이 잘 담겨 있다면 잘못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왜, 철저히 미국인 흉내를 내야 하는지 그것이다.
파킹장에서 J와 미국 남자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이었다. 웃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슬그머니 다소곳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해 본다. 이 땅에 사는 우리 세대의 한인들에게 주체성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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