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인적 자원’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를 만든 로랑 캉테 감독(공동 각본)의 두번째 영화다. 실직자의 문제를 심리드라마 형태로 다룬 절제되고 침착하면서도 강건하고 냉기감 도는 뛰어난 작품이다. 프랑스어 대사에 영어 자막.
일이 자기요 직업이 바로 나인 한 중년 가장이 갑자기 해고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과 가공직업의 허구와 환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히치콕 풍의 긴장감과 스릴로 적셔가며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냉정하면서도 지적인 영화로 사회적 조건의 노예가 된 한 인간의 절망적 몸부림을 거의 방관하다시피 냉철하게 목격하고 있으면서도 어두운 내용을 인간적이요 이해하는 마음으로 다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하면서 주인공과 일체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사업차 여행중인 뱅상(오를리앙 르코앵)은 쉬는 곳마다 셀폰으로 집에 있는 아내 뮈리엘(카랭 비아르)에게 전화를 건다.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다"는 그의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뱅상은 회사 간부직에서 얼마전 해고됐기 때문이다. 돈 많은 부모와 두 남매를 둔 전형적 샐러리맨이었던 그는 가족에게 자신의 실직을 알리지 않고 출장 다닌다며 밤을 차 속에서 지내곤 한다.
뱅상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아주 좋은 가공의 직업인 제네바 유엔 사무소의 자문으로 취직했다면서 주중에는 집을 비우고 주말에만 귀가한다. 그리고 그는 열심히 유엔 관계 책자를 공부하면서 이 환상의 직업을 자신의 풀타임 직업으로 삼고 열심히 일한다.
뱅상은 완전히 이중생활자가 된 것인데 뮈리엘은 남편을 의심하면서도 그녀 역시 현실이 두려워 남편의 거짓에 묵시적으로 협조한다. 작은 거짓이 큰 거짓이 되면서 뱅상은 친구들을 속여 돈을 사취하는 등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고립과 고독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뱅상은 마침내 카리스마가 있는 전문 밀수사기꾼 장-미셸(세르제 리브로제)에 고용돼 사기를 치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이 같은 허위의 삶 때문에 가족관계도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뱅상의 허위는 어차피 밝혀지게 마련. 그는 현실과 환상의 혼동 속에서 과연 닥쳐올 진실규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결말이 아이러니컬한데 뱅상의 앞날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감독의 서서히 보는 사람의 가슴을 옥죄어 가면서 진행시키는 이야기 솜씨가 확실한데 르코앵의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가 눈부시다. 때로 좀비 같은 과묵한 그의 몸의 연기와 무표정으로 심리를 자세히 표현하는 얼굴연기가 일품이다. 그리고 마음을 혼란시키는 음악과 촬영도 뛰어나다. PG-13. THINK Film.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뮤직홀(310-274-6869), 폴브룩7(818-340-8710), 파크플레이스(949-440-0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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