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있어서 두 가지의 주요 원칙을 지지해왔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관련한 정책변화는 이 두 가지 원칙을 내던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잘한 일이다. 외교정책 원칙은 교과서가 아니라 안내서이다.
부시의 제 1원칙은 2000년 대선 캠페인 기간에 강조됐듯 미국의 외교정책 목적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을 맡았던 국가안보자문관인 곤돌리자 라이스는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들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정책 비전에는 클린턴 행정부가 사사건건 모든 이슈에 대해 큰 무게를 두고 정책을 펴나갔다는 라이스의 비난이 깔려 있다.
부시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미국이 외국의 정책이나 분규에 일일이 개입해 미국의 계획대로 밀어붙이면 미국의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란 시각이다. 이 같은 미국의 자세는 작금의 중동사태에서도 그대로 투영돼 왔다.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분명 그 한계를 노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동사태는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부시도 지난주 행한 연설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군사행동을 지체 없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가 견지해온 두 번째 원칙은 "우리편에 서지 않으면 우리와 적대적인 나라로 간주한다"는 그의 시정연설에서 잘 나타나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국제연대를 끌어들인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발언이지만 정책 결과는 불분명했다.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점이 이스라엘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를 막는 듯 하다가도 은근히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부시는 아라파트를 신뢰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한편 특사를 보내 대화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을 계산하는 측은 아라파트뿐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친미국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이란 등 반미 공세를 펴는 국가들도 그렇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이슈에 따라 정책의 원칙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란에 강경 대응하는 것이 당장 급선무일지 모르지만 후일 이라크와 핵무기 확산 저지 캠페인에서 이들의 도움이 간절할 수 있기 대문이다. 결국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소위 ‘미국에 대한 충성확인’은 아무 쓸모 없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협조로 테러와의 전쟁에 개가를 올렸다는 데서 기고만장할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조한다 해도 최근의 군사행동에 부시가 보여준 강성발언은 유연한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한가지, 부시가 지금 또 다른 상황에서 이처럼 유연성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대선 기간 다른 나라의 ‘국가건설’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국가건설이 매우 시급함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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