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 위원 오스카상 시상식 참관기
▶ 장장 8시간 잔치...재미없긴 마찬가지
내가 처음 오스카 쇼를 취재한 것은 80년대 초였다. 스타들의 도착 장소와 기자실 인터뷰 취재였는데 당시만 해도 이민 초년생이어서 스타 구경하는 맛에 취재를 갔었다. 작고한 제임스 스튜어트를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몇 차례 취재를 하다보니 세상에 이렇게 재미없는 취재도 없었다.
스타 구경도 한두 번이지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데다가 시상식 취재도 기자실에서 TV를 모니터 하는 것. 상을 받은 기자가 기자실에 들어와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퇴장하는 것이 전부인데 그런 과정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변한 것이라면 턱시도를 입어야 하는 것과 삼엄해진 보안조치와 헤드셋을 끼고 TV 모니터 하는 것. 기자실 안에도 경비원들이 배치돼 어슬렁대고 다녔다. 그리고 부페로 저녁 먹여주는 것과 질문할 때는 자기 자리에서 번호표를 들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도 변경 사항.
오스카가 할리웃의 새로운 자기 집 코닥극장으로 옮겨 오래간만에 취재를 했다. 어네스트 보그나인, 샤론 스톤, 윌 스미스, 글렌 클로스, 니콜 키드만, 스팅, 폴 매카트니, 로버트 레드포드, 포시 하트넷, 그위니스 팰트로 같은 스타들이 코앞을 지나가는 것을 2시간여 서서 보니 다리에 쥐가 다 나는데 잘 생긴 스타들의 실제 얼굴이 영화에서 보다 훨씬 작았다. 기자실에는 세계 각국서 모인 취재진들로 복작댔는데 내 옆에는 독일의 디 벨트지 기자가, 맞은 편에는 이탈리아 기자 그리고 뒤에는 프랑스 기자가 랩탑을 두들기며 서로 자국어로 본사와 통화하느라 분주했다.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기자도 보였다.
하오 2시부터 시작된 취재는 사상 유례 없이 긴 쇼(4시간25분) 때문에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셔틀에서 UPI 기자가 "나는 과거 52년간 이 쇼를 취재했는데 늘 재미없고 지루하고 길고 또 지겨운 쇼라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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