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 위원 오스카상 시상식 참관기
▶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던 ‘LA 멸시파’
이 날의 가장 큰 이변은 LA와 할리웃을 멸시하는 코미디언이자 감독이요 각본가이며 또 배우인 우디 앨런(65)의 시상식 참석이었다.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채 앨런이 무대에 등장하자 기자들도 깜짝 놀라는 표정들. 앨런은 이날 9·11 이후 의기소침해 있는 뉴욕을 응원하려고 아카데미가 만든 뉴욕 치하 단편영화 소개차 초청됐다.
오스카상을 세개나 타고도 그동안 한번도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가 사상 처음 오스카 쇼 무대에 나타나자 청중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허드슨강 서쪽은 황무지로 아는 그에 대한 할리웃 인심이 따뜻하니 느껴졌다.
특유의 어정쩡한 표정과 제스처를 구사하면서 앨런은 기립박수에 대해 "알몸검색 당한 것을 보상해 주는 박수"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에 있는데 아카데미에서 전화가 와 처음에는 공포에 질렸었다면서 "나보고 오스카를 돌려달라고 전화한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앨런은 "내가 오스카를 맡긴 전당포는 영업을 그만 둔지 오래기 때문에 전화를 받고 아찔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앨런은 "내가 작년에 만든 ‘옥 스콜피온의 저주’는 단 한 부문서도 후보에 안 올라 이번에는 아카데미가 사과전화를 하는 줄 알았다" 더니 이어 "내가 뉴욕서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아카데미 회원이 보고 내게 인류애상을 주려고 전화한 줄 알았다"고 말해 식장 청중과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앨런은 보우타이를 푼 채 기자실에 나타났다. "뉴요커인 당신은 뉴욕 떠나기 힘들었느냐"는 물음에 "뉴욕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LA에 왔다"면서 "나는 보통 턱시도나 상 또는 예술적 경쟁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지만 이번 경우는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앨런은 과거 LA를 "빨간 신호에 우회전하는 것이 유일한 문화적 혜택인 동네"라고 말한 LA 멸시파이다. 한 기자가 "당신 LA 와서 빨간 신호의 문화적 혜택을 누렸는가"라고 묻자 "나는 오늘 막 도착했다. 수요일까지 있으며 친구도 만나고 머드슬라이드(오스카 캠페인이 사상 유례 없는 진흙탕이었다는 것을 꼬집는 말) 같은 문화 혜택을 즐겨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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