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미국상선 제네럴 셔먼호가 대동강에서 격퇴당할 때나 그보다 5년뒤 아시아 함대사령관 소속 군함 5척이 강화도에 침입했을때나 미국과 한국은 당초부터 뜻이 같지는 않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심각하게 충돌하면서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그뒤로도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만나 독립운동과 광복에 이르는 동안 미국의 큰 도움을 받은 일이라든지 반공전선의 동맹국으로서 6.25이후 지금까지 군사적인 면에서는 물론 경제 문화등 모든 분야에 걸쳐 밀접한 사이가 되어 버린데다 근년에는 200만에 가까운 이민자가 이땅에 건너와 살고 있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미관계는 참으로 예사스럽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사이 몇차례 신뢰감이 떨어지게 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중에서도 광주항쟁시 군부를 지원하는등 정치적으로 군사독재를 조장해온 일이나 상대방에는 무차별 문호개방을 요구하면서 자기네는 자의적인 수입관세 방패로 경제적인 오만함을 보여온 일이 있었지만 워낙 은혜를 중하게 여기는 백성이라 큰 마찰이 없이 지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반미운동이 격렬하지 않았던 나라로 한국이 기록되고 있었으나 최근에 조지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그리고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의 김동성사건이후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나빠지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처로 가라 앉기는 하였지만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미국은 과연 한국에 대해 어떤 나라이며 한반도 문제는 누가 풀어야 할 문제인가 하는데 따른 고민과 갈등이 표출된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미운동으로 확산되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동성사건과 NBC 코미디 사건이 터지면서 반미감정이 다시 불씨를 살리게 된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민족적인 문제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던 한국의 언론이 스포츠와 젊은이들의 정서에는 재빠르게 영합하고 나섰다.
‘악의 축’발언으로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을때 언론들은 같이 고민하기를 포기한채 “미국이 자신들의 정치, 경제, 문화체제를 최선의 것으로 간주하고 거기에 도덕성을 덧칠해 세계 각국에 강요해온 것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냐”고 딴전을 피웠다.
그 때 언론은 미국이 내어놓은 ‘한반도 전쟁가능성’ 의 배경과 이유를 따지고 우리 민족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어야 옳았다. 그러다가 분별력이 부족한 청소년의 정서에나 영합해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올림픽”이니 뭐니 하면서 대중선동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언론이 언제 성숙해지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면 정치는 ‘사대’를 해도 되고, 스포츠는 ‘반미’를 하자는 논리인가.
엄격하게 얘기하자면 김동성사건은 호주 주심의 잘못이지 미국의 잘못이 아니었으며 코미디프로에서의 내용을 놓고 그렇게 크게 문제삼을 일만은 아니었다. 그걸 가지고 반미운동을 펴고 미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것은 명분도 약할 뿐더러 한국에 대해 전혀 실익이 없는 것임을 깨우쳐줘야 한다.
반미 못지않게 우리는 사대도 배격해야 한다. 100년전 대한제국이 어떻게 물락했는지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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