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1월14일 라스베가스 시저스 팰리스호텔 특설 링. 공이 울리고 도전자 김득구와 WBA 라이트급 챔피언 레이 맨시니의 격돌이 불붙는다. 24승1패를 뽐내는 쇠주먹 챔피언과 동양의 무명복서의 시합은 예상을 깨고 접전으로 치닫는다.
14회 사력을 다하던 김득구는 링 위에 다운되고 카운트가 끝날 무렵 로프를 잡고 사력을 다하던 그는 영영 쓰러진다.
회한을 남기고 링 위에서 산화한 김득구가 6∼7월께 스크린 위로 되살아난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성격파 배우 유오성이 한 배를 탄 ‘챔피언’(진인사필름) 제작팀이 82년 라스베가스 시합장을 LA인근 세펄베다 댐 근교에 옮기고 열띤 촬영을 진행했다.
10억이 소요된 야외세트에는 태극기를 휘날리는 한인 관중 등 최대 2,0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돼 당시 시합의 열기를 전했다. 당시 실제로 경기장을 채웠던 8,000여 관중은 후반작업시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복원될 예정이다.
지난 1일 촬영된 씬 #3은 운명의 일전을 앞둔 김득구(유오성 분)가 라커룸과 긴 복도를 지나 링 위에 오르는 장면으로 액션시퀀스를 장식할 포인트. 자주색 가운을 걸치고 링 속에 외롭게 우뚝 서 결의를 다지는 유오성의 표정은 진지하다.
한국 스탭과 현지인력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현장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장면의 비중이 비중인지라 감독과 촬영감독의 중단사인과 재촬영이 수차례 반복됐다. 이 세트에서 촬영되는 장면들의 상영시간은 10분이내로 길지 않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에 붙어 긴장감과 비장함을 전하는 부분. 순수제작비 50억원중 17억원을 차지하는 그림이기에 그만큼 감독의 애착이 강해 보였다.
이 영화를 평생 기획했다는 감독은 영화의 전반을 어둡고 비참하게 끌고 가지 않을 의도다.
곽 감독은 "시선이 내리 꽂히는 결말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김득구의 지난 삶에 동정 어린 시각은 배제한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색채는 따뜻할 것 같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극의 전반적인 색은 황금기가 도는 앰버 계열로 감독과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제작팀은 한국내 촬영과 지난달 라스베가스 훈련장면을 마친 상태로 LA인근 촬영을 끝내는 12일께 한국으로 돌아간다. 4월말 전체촬영이 완료되는 ‘챔피언’은 후반작업을 거쳐 6월말에서 7월초에 한국에서 개봉된다. jjrh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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