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아방가르드)란 원래 군대용어다. 행군이나 작전시 본대보다 앞장서서 정찰과 안내의 역할을 수행하는 분견대 개념이다.
미술에서 통용되는 아방가르드란 말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시대의 흐름보다 몇 걸음 먼저 나간 시도를 이렇게 부르기 때문. 전위대가 매복한 적과 최초로 조우해 전투를 벌이듯 아방가르드 작가들도 당대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친 시도로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맞거나 가끔 주목을 받으며 명맥을 이어왔다.
10일부터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선보이는 ‘중앙유럽의 아방가르드’ (Central European Avant-Gardes)는 20세기 초반, 정확히 1910년부터 30년까지 20년간 독일,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지에서 진행된 전위대들의 작품을 망라해 보는 전시다. 당시에는 큰 파문을 던졌던 작품들이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작가들이 몇 걸음 앞서 간 그 지점에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어 어느덧 이러한 이미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전시되는 300여점의 회화, 조각, 사진, 가구 등은 20세기 서두에 유럽을 휩쓴 미래파, 입체파, 표현주의 등을 자양분으로 시도된 작품들이다. 이중에는 프랑스 입체파와 독일의 표현주의를 바탕으로 보헤미안의 전통을 가미한 프라하 작가들의 ‘체코 큐비즘’이 눈에 띠는데 이들이 만든 회화, 가구, 도자기등은 반듯한 직선이 주는 단순미를 자랑한다.
러시아 혁명직후 빈의 합스부르크로 옮겨간 부다페스트 출신 작가들이 주도한 ‘기능미학’은 표현주의와 미래파의 추상성을 부모로 탄생한 경향. 대표적 작가로는 회화의 오토 에리히 바그너, 건축의 프리드리히 키슬러 등이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바우하우스는 중앙유럽의 아방가르드 전반에 끼친 영향도 지대하다. 루시아 모홀리 등 바우하우스 출신 작가들이 선보인 신개념 사진들은 현실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어트린 것으로 주목받았고 활자를 이용한 타이포그라피, 페이지 디자인 등에 일대 혁신을 불어넣었다.
발칸반도에서 발틱으로 연하는 테두리 속에 슬라브, 게르만, 헝가리안 등 다민족이 섞인 문화적 다양성과 전쟁과 혁명이라는 격동기를 통과하며 자가증식을 거듭한 중앙유럽의 아방가르드는 다양한 도시문화권을 배경으로 탄생과 소멸, 분열과 통합을 추구해 미술사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다. 전시는 6월2일까지 계속된다. 주소 5905 Wilshire Blvd. 문의 (323) 857-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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