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설령 돌덩이만 굴러다니는 척박함이었다고 해도 두고 온 고향땅은 언제나 아련한 향수로 채색되기 마련이다. 야트막한 산을 따라가면 조용한 강이 흐르고 사시사철 꽃들이 만개한 그런 기억들.
그곳을 떠나와 미국에 삶터를 일군 한인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줄 반가운 전시회가 열린다. LA한국문화원(5505 Wilshire Blvd.)에서 다음달 8일부터 시작하는 ‘한국의 풍경전’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진화가 3명이 옮겨낸 자연의 정겨움으로 가득 찬 회화전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가 뚜렷해 저마다 색깔이 구분되는 한국의 풍광이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재료와 화법으로 담겨져 있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시골마을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기분이 든다.
광주여류화가협 회원인 고윤숙씨가 화폭에 채운 경치는 늘 제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고향집의 아늑함으로 다가온다. 가을의 황금빛이 굵직굵직 소박하게 입혀진 색감은 따뜻해 편안하고 산아래 농가들은 친근하게 자리한다. 넉넉하게 초가를 올린 집 툇마루에 앉은 어머니는 서울로 간 자식들에게 보내줄 고추를 다듬는 것일까.
파스텔의 효과를 극대화한 이한중씨의 작품은 눈감으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의 자락처럼 아련하다. 그래서인지 들판도 호수도 희미하게 일렁이고 그 속에는 작은 새들이 가만히 날개를 접은 채 쉬고 있다. 꿈꾸는 듯 평화로운 풍경은 번잡스런 일상에 지친 영혼이 잠시 멈췄다 가는 고요한 마음의 고향이다.
최호식씨의 그림들은 만져질 것 같이 예쁘고 화사한 꽃들이 가득하다. 노랑물감을 쏟은 듯 흐드러진 유채꽃이 제주도에 가득 피었고 연못가를 온통 가린 널찍한 연잎은 물보다 투명해 신선하다. 계절마다 어김없이 피는 토종 꽃들의 아담한 자태가 사진처럼 선명하다.
홍익대 미술대학미술교육원을 수료한 최씨는 98년 국전에 입상하고 99년 세계평화미술대전상을 수상했다. 전시회는 21일까지 계속된다. 리셉션은 8일 오후 6시부터.
관람시간 월∼금(오전 10∼오후 5시), 토(오전 10∼오후 1시)
문의 (323) 936-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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