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판화를 연상하는 공간은 대개 유년기의 기억일 것이다.
날도 제대로 서지 않은 무딘 조각칼을 있는 힘껏 부려 조그만 나무판에 새긴 형체들과 하얀 종이 위에 검은 먹으로 찍혀지던 투박한 이미지들. 어린 날 만들던 판화의 따뜻함을 찾는다면 16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열리는 한국작가 3명의 현대판화전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물론 기억 언저리에 남겨진 ‘그때 그 시절’ 판화에 대한 인상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현대판화의 세련된 기법과 강한 실험성을 맛볼 수 있는 자리이다.
주로 미국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판화를 전시해온 CS 파인아트(대표 최선미)가 한국에서 판화작업에 천착해온 작가 3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목판화를 선보이는 임재영씨의 작품은 두껍게 축적돼 텁텁한 물감층 위로 만들어진 이율배반적 화사함이 특징이다. 연쇄적으로 물감을 부어 만든 걸쭉한 표면은 제법 거칠어 공격적이지만 그 위에 담긴 장면들은 지극히 목가적이고 한가해 진흙 속에 핀 연꽃을 연상시킨다.
여러 기법을 혼용하는 서정희씨의 작품은 조금 더 복잡하고 어지럽다. 나무나 식물들이 담긴 사진이미지와 드로잉 기법 등을 가미한 그녀의 판화는 종이 위에 마무리되는 것이 흔치 않은 편이다. 어떤 작품은 차가운 스테인레스 위에 그대로 찍히기도 하고 설령 종이에 찍더라도 그 위에 덧입힌 유리와 플렉시글래스(Plexiglass) 때문에 이미지는 본래보다 낯설어진다. 이렇듯 독특한 기법을 통해 섬세하게 뒤섞인 공간은 빈틈 없이 채워져 있지만 그래서 더 외롭고 차가워 보인다.
이들과 함께 전시하는 임정은씨는 판화와 설치를 접목을 시도하는 작가다. 반듯반듯 나무로 규격을 맞춘 사각 틀에 담긴 작품들을 제대로 읽으려면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컴퓨터로 찍힌 이미지들은 반투명의 플렉시글래스로 반쯤 가려져 있거나 아예 덮여 있어 실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윤곽을 드러내며 다른 의미로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리셉션은 16일 오후 4~6시. 갤러리 주소 2623 Honolulu Ave. Montrose 문의 (818) 248-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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