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꿈’ 한국축구, ‘반쪽’ 갤럭시에 0-1 패배
골드컵 실전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었다. 월드컵 승부가 아닌 건 그보다 몇배 다행이랄 수밖에 없었다. 골드컵 우승과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한국축구가 새해 첫 모의실전에서 여지없이 나가떨어졌다.
게다가 상대가 미국대표팀이 아닌 LA 갤럭시인데다 그나마 풀멤버가 아니라 입단테스트를 받기 위해 이팀저팀 전전하는 예비프로들이 왕창 섞인 물반 고기반 팀이었다는 것까지 떠올리면 어떤 변명을 둘러대도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경기였다.
한국은 16일오후 칼스테이트풀러튼(CSUF) 구장에서 벌어진 ‘새미 갤럭시’와의 평가전에서 이렇다할 매운 맛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거운 몸짓으로 일관하다 0대1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저 더 먼 길 더 높은 고지를 향해 가는 태극전사들에게 이날의 패배가 보약이 되는 액막이로 작용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특히 김도훈-최용수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이천수를 굳은살박힌 왼쪽날개 자리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보직을 바꿔 뛰게 한 전반전 45분은 불과 한달여전 미국대표팀을 압도했던 서귀포전(한국 1대0 승리)때의 태극사커가 아니었다.
이천수는 쉴새없이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공격의 맥 짚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가라앉은데다 필드의 사령관이란 중책에 어울리지 않게 공을 잡을 기회 자체가 드물었다. 본인탓도 있지만 이천수의 발을 거쳐 공격루트를 찾는다는 게임플랜을 망각한 채 그를 건너뛰고 막바로 최전방으로 무리한 연결을 거듭 시도하는 등 동료들의 원조가 인색했던 탓도 컸다.
그럼에도 이천수는 전반 15분 벌칙구역 오른쪽 외곽에서 한템포 빠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GK 닉 리만도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등 두어차례 예리한 사격술을 보여줬다. 반면 갤럭시는 3분뒤 크리스 울브라이트가 한국 벌칙구역 오른쪽 귀퉁이에서 동작큰 유상철의 키를 넘겨 노마크 챈스에서 슈팅을 때리고 1분뒤 다시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는 위협적인 응사를 보이는 등 매서운 반격을 가했다.
한국축구가 그럭저럭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은 후반, 김도훈-최용수를 빼내고 황선홍-차두리를 대체 쌍두마차로 앞세우면서부터였다.
최전방에 포진한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골만들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하프라인 근처까지 나와 손수 길뚫기에 나서 차두리에게 멋진 득점기회를 열어주는가 하면 공수전환시 악착같은 수비수로 돌변, 배후의 수비부담을 덜어주려 애썼다.
왕년의 수퍼스타 차범근의 아들로 더 유명한 차두리는 태극마크를 달고 뛴 첫 모의실전인데도 질풍같은 돌파와 녹록찮은 슈팅감각으로 가능성의 날개를 펼쳐 보였다. 후반 10분 문전 중앙을 향해 낮게 깔려가는 센터링을 단독점프 헤딩슛으로 연결하면서 첫 예고탄을 쏜 차두리는 이어 14분 상대진영 우중간을 30m가량 치고들어가 황선홍에게 슈팅기회를 만들어줬고 38분에는 좌중간 돌파에 이은 골같은 슈팅으로 어지간히 찡그린 히딩크 감독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가 감돌게 했다.
그러나 축구는 빗나간 멋진 슈팅 수십개 보다는 엉성하나마 골문 안쪽을 파고드는 한개의 값어치를 더 쳐주는 법. 이날 게임의 유일한 골이 터진 것은 후반 21분. 갤럭시의 키 테네슨이 무인지경이 되다시피 한 한국진영 왼쪽으로 파고들며 곧장 골문까지 근접, 잔뜩 웅크린 채 눈을 부릅뜬 최후 수문장 김병지와 오른쪽 골포스트 사이의 틈새를 향해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딱 하나뿐인 골을 결정지었다.
좌중간 수비를 책임진 최성용은 공격가담에 나섰다 백코스가 늦어 테네슨의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고 마지막 수비수 이민성은 멈칫멈첫 뒷걸음을 쳐 결과적으로 테네슨의 무저항 골문접근을 도와준 꼴이 됐다. 갤럭시는 1분뒤 문전 혼전을 틈타 또 한골을 엮어냈으나 주심이 오프사이드 반칙을 선언해준 덕분에 한국으로선 2점차 패배를 모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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