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인륜 범죄: 성노예와 징용’이란 주제로 열렸던 한·미·일·중 4개국 국제 컨퍼런스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30일 폐막됐다.
이 컨퍼런스는 워싱턴 연방지법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이 위안부 및 징용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기각한 반면 LA카운티 수피리어코트는 피고(일본의 시멘트회사 다이헤이오)측의 두 번째 소송기각 요청도 거부한 채 징용피해자 정재원씨가 제기한 소송을 본 재판으로 몰고 가는 등 피해 한인들과 일본측과의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열려 더욱 관심을 모았다.
4개국에서 참석한 30여명의 학자와 연구원들의 발표 내용은 일본 정부와 군부, 기업들의 전쟁범죄 연결고리를 입증하고 향후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법적 논리를 마련하는데 집중됐다.
발언자중 강정숙 한국 정신대연구소 연구원은 사쿠(콘돔) 제조업체인 오카모토사의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유착관계를 조명했고 김민영 군산대 교수도 일본의 철도와 상선, 여행사 등의 2차대전중 전쟁범죄 행위를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김창록 부산대 교수는 미국에서 진행중인 위안부, 징용피해 손배소송에서 일측이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는 1965년 한일협정이 안고 있는 법률적 해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개인의 청구권이 살아 있음을 강조했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옆방에는 중국계 여성 사진작가 홀리 왕씨가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사진전이 함께 열렸다. 바닥에 놓여진 50여장의 사진들은 대부분 말로 옮길 수 없는 잔혹한 장면들이었고 이중에는 위안부로 끌려간 앳된 한국인 여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 컨퍼런스는 70~80대로 들어선 고령의 피해자들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산재해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했다. 무엇보다 요지부동인 일본 정부가 더 이상 진실을 은폐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들의 지난 과오를 인정해 진실한 참회 속에 사과와 배상에 나서도록 할 수 있는 증거와 자료, 증언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사실은 정의를 향한 우리의 길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상대적이지만 과거 나치로부터 핍박받았던 유대인 피해자들이 독일정부와 기업들로부터 배상을 받기까지 벌였던 집요한 진실규명 노력을 다시 한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수감자들의 번호표에서부터 수감과정과 이동경로까지 파악할 정도로 자료를 모았다.
한인사회도 우리의 암울했던 지난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 잡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주변에 있을 수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내 증언을 유도하고 소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발굴해 내야 한다. 특히 유대인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는데 적극 지원했던 미행정부가 같은 사안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을 내세워 일본을 두둔하는 이중성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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