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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 얘기 같지만 10년 전 김창준씨가 다이아몬드 바 시의원에 당선됐을 당시만도 그는 한인사회에서 거의 무명인사였다. 김씨가 쓴 자서전 ‘나는 보수다’를 보면 “그 해 선거에서 한인으로는 나와 1.5세인 김모씨 두 사람이 지역 시의원에 출마했는데 한인 언론에서는 한인 사회에 이름이 잘 알려진 김씨만 집중 취재하고 내가 당선되리라고는 예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나는 당선되고 그쪽은 낙선했다”며 한인 사회가 자신을 소홀히 대접한 데 대한 섭섭한 심정을 적고 있다.
김씨는 그 후 순번에 의해 다이아몬드바 시장을 맡은 후 현직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열린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 1992년 한인 1세로 첫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김씨가 이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당시 4·29 폭동으로 ‘한인들도 우리를 대표할 정치인을 뽑아야겠다’는 한인 사회 분위기 덕을 보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맨 손으로 미국에 유학 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는 미국 사회의 인정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당시 김씨에게 표를 준 사람들은 대부분이 백인들이었다.
지금 미국에서 한인 정치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주는 워싱턴이다. 지금은 워싱턴 주 무역장관을 맡고 있는 마사 최 전 시애틀 시의원을 비롯, 신호범 주 상원의원, 지난 6일 열린 선거에서 이승영씨의 뒤를 이어 쇼어라인 시의원으로 선출된 장태수씨, 인근 페더럴웨이 시의원 등이 모두 한인이다.
이들의 특색은 대부분 한인 사회가 아니라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낸 사람이란 점이다. 6일 LA에서 열린 허모사비치 시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아트 윤(30)씨도 한인사회에서는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생소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경력을 보면 존스홉킨스대와 조지타운 대학원을 거쳐 연방하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치무대에서 착실한 경력을 쌓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만큼 선거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해마다 연방과 주 지방정부의 대의원을 뽑는 행사가 없는 때가 거의 없다. 선거 때마다 한인타운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출마를 지지해 달라는 철새 한인 정치인들이 있다.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업적도 없고 그렇다고 한인 사회를 위해 한 일도 없다. 한번은 그렇다 쳐도 두 번 세 번씩 말도 안되는 표 차로 지고도 또 나온다.
한인 사회가 정치인을 배출하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테러다 뭐다 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소수계가 희생양이 되기 쉬운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업적도 당선 가망도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와 우왕좌왕하는 것은 본인은 물론 커뮤니티 정력의 낭비다.
내년에는 중간 선거를 비롯 LA 시의회 선거구 재조정등 중요한 정치일정이 남아 있다. 앞으로는 한인이 출마했다고 무조건 돈을 갖다 주기보다 커뮤니티가 그 사람이 정말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자격을 심사한 후 결정하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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