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엄마품에서 기어나온 강아지처럼 어릿어릿하도록 순진한 얼굴을 가진 신인이 손예진이다. 찬바람 한번 맞지 않았을 것 같은 유복한 집의 외동딸 타입이건만 그런 유형에서 흔히 보이는 교만함이나 이기심이 그녀에겐 없어보인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못되고 교활한 역은 할 수 없을 이 천사표 아가씨는 그래서 순수한 사랑 이야기에 누구보다도 잘 어울린다. 아무런 기교 없이 마음만으로 만들어가는 순도 높은 사랑에 맞는 연하디 연한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말이다. 눈꼬리 쪽이 약간 내려간 데다 맑고 커서 무척 선량해 보이는 손예진의 눈은 그연한 표정을 이루는 중심이다.

게다가 웃을 때 어린아이 같은 무방비적 순진성을 드러내는 그녀 앞에서 남자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닳은 데 라고는 없는 그녀를 지켜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데뷔작인‘맛있는 청춘’에서 그랬듯이 그녀는 남자의 남자다움을 일깨워주는 여성성이 가득한 여자다.

보드랍고 결고은 외모는 요즘 흔히 보이는 톡톡튀는 발랄함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녀도 야무지고 똑똑한 면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청순가련에 더 가까운 이미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도 당찬 신세대 이미지를 가진 김규리에 대비되는 역으로 삼각 애정관계의 한 축을 맡게되었을 것이다.

멜로적 요소가 있는 사랑 이야기에는 아무래도 착하고 순수하고 예쁜 여주인공이 필요하다. 웃을 때 아래 눈두덩이 도도록해지는 모습과 희고 가지런한 이가 드러나는 표정이 그녀를 더 아름답게 만든다.

고전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로 인해 그녀는 개성강한 역할보다는 슬픈 사랑이야기의 곱고 착한 여주인공에 적격이다.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순백의 이미지에 그녀처럼 잘 어울리는 얼굴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