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로렌스 콥<전 국방부 차관보>/보스턴 글로브 기고
9월11일 발생한 테러 희생자가 진주만 폭격 때보다 훨씬 많다보니 대규모 군사보복을 감행해야 한다는 미국민의 주장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같은 군사적 응징이 장기적으로 볼 때 비생산적이란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가 누구를 응징하느냐는 문제다. 테러리스트들은 특정 국가의 요원이 아니다. 이들의 명분은 특정 정부에 대한 충성을 초월한다. 물론 부시 대통령의 주장대로 일부 정부가 테러리스트들을 묵인하거나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테러리스트의 명분을 지지하는 자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하는 수 없이 이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를 공격할 경우 테러리스트 색출과 검거에 이 나라의 협조를 유도하기 어려워진다.
둘째, 대규모 군사행동은 득보다 실이 크다. 지난 83년 레바논 폭탄테러와 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있은 미대사관 폭탄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미정부가 보복을 했으나 테러리스트들은 벌주지는 못하고 되레 무고한 시민들만을 희생시켰다. 결국 이들을 테러리즘 지지자로 만들 꼴이 됐다.
셋째, 테러리스트들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저주받을 만한 살인자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것과 달리 겁쟁이는 아니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고 그들의 명분을 강화시킬 뿐이다.
20세기에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우리를 위협했다면 21세기엔 테러리즘이 우리를 위협한다는 것을 장기적 관점에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 위협엔 묘약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무척 운이 좋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경제적 군사적으로 초강대국이지만 우리 혼자서 테러리즘을 물리칠 수는 없다. 모든 나라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이 4대의 비행기에 탔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이들이 미국에 들어오거나 무장하기 전에 알아채 대응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을 비호하는 국가들에게는 경제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단순히 국제공조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에만 국한할 게 아니다. 국제환경 오염, 군축, 국제범죄자 형사재판 등 이슈에 대해서도 손발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냉전체제 아래서 편성된 예산 항목에 조정이 필요하다. 정교한 전투함, 탱크, 미사일 방어망, 전투기 등은 테러리스트들을 막는데 별 쓸모가 없다. 오히려 국경수비대, 세관요원, 해안경비정, 대인 정보요원 확충 등에 사용하도록 재편하는 게 옳다. 그런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미사일 방어계획은 현명치 못한 정책이다.
맹목적인 군사적 응징은 비생산적일 것이다. 이같은 엄청난 비극 이후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복성 군사공격보다는, 이 참극의 재발을 막을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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