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시어스 백화점 진열장서 이색 퍼포먼스.. 4명의 배우가 2주동안 사는 모습 낱낱이 공개
시카고 시내 스테이트와 매디슨 스트릿 모퉁이의 지하철 정거장 건너편, 오래된 보스턴 스토어 빌딩에 자리 잡은 새 ‘시어즈’ 백화점의 쇼 윈도우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진열장 안에는 네명의 대머리 남자들이 살고 있다. 지난 12일 낮 열두시가 조금 못돼서 이 건물의 진열장 4곳으로 들어간 이들은 이후 2주동안 일반에게 완전히 노출된 채 이곳에서 산다. 호주의 즉흥 무용가 겸 배우들인 이들이 진열장에서 춤을 추고 칠판에 쓴 글씨로 의사를 소통하는 이 공연 ‘도시의 꿈 캡슐(Urban Dream Capsule)’은 광의의 퍼포먼스 예술에 속한다.
얼마나 많은 행인들을 멈춰 구경하게 만드나로 성공이 가늠되는 상황에서 프라이버시가 전혀 없는 배우들의 존재는 무제한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2층 침대가 그대로 보이는 침실, 차양 조명으로 구획된 거실/식당, 욕조가 수족관 위에 얹혀있는 욕실로 이루어진 진열장이 무대인 이 공연은 지난 1996년, 닐 토마스가 자기 고향 멜버른에서 처음 소개했다.
24시간 생중계 웹카메라로 대중문화가 인터넷에서 잡초처럼 자라나고 ‘트루먼 쇼’나 ‘ED’ 같은 영화, ‘서바이버’ ‘빅 브라더’ 등 체험 쇼 등이 유행하는 요즘, 진열장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정통’ 엿보기일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공연예술’ 디렉터로 시카고의 여름철 무언극 행사인 ‘퍼펫트로폴리스 시카고’에 이 4인조를 불러오자는 아이디어를 낸 수잔 리프먼은 이 공연은 또 다른 종류의 리얼리티 쇼 같아 보이지만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도살장, 갱스타의 도시로 알려져 온 시카고가 1999년, 온 시가지를 갖가지 장식의 파이버글래스 암소로 뒤덮은 거리예술 프로젝트로 전국의 관심을 모은데 이어 이제 두 번째로 내놓는 기획인 것이다.
화장실 사용을 제외한 모든 일상생활을 공개하는 이들은 주요부분은 노출시키지 않고 샤워할 수 있도록 샤워장 문을 오스트레일리아산 물고기 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진열장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궁금한 점이 많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입을 읽는 법을 배운 배우 앤드류 모리쉬는 “샴푸가 너무 비싸요”라고 쓴 자신의 메시지 판을 올려 든다.
열정적이고 키가 큰 42세의 토마스는 매 2주간의 감금과 다름없는 공연 후에는 감정적 긴장을 풀어야만 한다.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 토마스는 몸무게가 반드시 줄어 더욱 비쩍 마른다. 49세의 모리슨은 반대로 유리창 너머로 관찰되는 동안 살이 오른다. 이 그룹의 연장자인 그는 사람들이 보는데도 아기처럼 잠을 잘 자지만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끊임없이 정돈을 한다.
41세의 데이빗 웰스는 4인조중 가장 감정이 풍부하다. 그는 낮잠 후 눈을 뜨는 것,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까지도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관중이 하는 제안에 따라 요리하기를 즐기는 상냥한 말투의 닉 파파스가 있다. 그는 2주간의 공연동안 뜨개질을 하는데 이제까지는 런던에서는 영국기, 몬트리올에서는 단풍잎등 공연지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담은 G-스트링 팬티를 짰다.
공연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셔터는 없지만 아무도 드나들지 못한다. 선물은 전달될 수 있어도 배우들과 관중간 대화는 금지돼 있다. 대중은 입 모양, 얼굴 표정, 손짓, 몸짓, 또는 필담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이메일이나 팩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 4명은 미국인들에 대해 약간 염려를 한다. 미국이 올림픽 이후 호주사람들에 대해 다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과연 양키들이 자기들이 표출하는 아이러니를 즐기고 이해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갑자기 진열장안에서 자기들이 모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그들을 그 상황 안으로 끌어들인다. 바로 극장으로 유혹하는 것”이라고 토마스는 말하는데 그들에게는 낙관적인 배우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자살하려던 여성의 감사편지, 처음에는 냉정하고 악의있게 관찰하다가 마침내 이들이 전시장에서 나왔을 때는 악수를 건넨 멜버른의 ‘지옥의 천사’ 등 특이한 관중도 많았다.
43세의 엔지니어 제논 스턱은 아직은 이들의 공연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점심시간이면 이곳을 지나가는 스턱은 “다니는 길에 있기 때문에 가끔 서서 구경한다. 2주가 지나 끝날 때도 저들이 저렇게 기운이 넘칠지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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