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파운드 암퇘지를 7x2피트 상자에 가둬 키워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교외 요크빌에 있는 존 켈로그의 돈사에 가면 저마다 꿀꿀거리는 돼지들이 줄을 맞춰 서있다. 임신했거나 곧 임신할 돼지가 100마리씩 저답지 않아 보이게 질서 정연하게 모두 한 방향을 향해 서있는데 그것은 자기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한 마리 한 마리가 저마다 좁은 금속 상자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체중이 많으면 600파운드까지 나가는 이 암퇘지들은 성년기의 3~4년을 이렇게 몸을 뒤로 돌리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한 채 폭이 겨우 2피트인 상자 안에 갇혀서 지낸다. 새끼를 낳으면 상자 밖으로 나가지만 고작, 그보다 조금 더 넓어서 겨우 누워 젖을 먹일 수 있을 만한 다른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양돈업계에서는 효율성과 청결성, 생산성의 모범인 이 농장의 금속 상자는 미국의 고도로 산업화된 양돈업계에서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햄, 베이컨과 폭찹에 사용되는 1억마리의 돼지를 낳는 500만마리의 암퇘지들은 대부분 이렇게 임신기간을 보낸다.
1970년대 이후 미국 양돈업계에 자리잡은 이와같은 방식에 대해 동물복지운동가부터 학계의 연구자, 돈육구매자등에 이르기까지 비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비교적 똘똘한 동물인 돼지를 가둬놓아 스트레스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사육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알게 되면 양돈업계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은 우려는 상자 사용을 금지하거나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물복지가 주요 정치사안으로 취급되는 유럽공동체(EU)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상자 사용을 단계적으로 철폐시키는 법안 채택을 앞두고 있어 국제 무역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고 플로리다에서도 동물복지단체들이 비슷한 주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통과시켜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돈육 구매자들이 농장동물복지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돈육 공급업자들에게 상자 대신 다른 것을 사용할 것을 의무화시킬지 여부를 조사할 전담반을 조직한 맥도널즈사는 퍼듀 대학의 암퇘지 사육 상자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올해말까지는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상자가 돼지의 건강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해온 텍사스텍 유니버시티의 존 맥글론은 “상자가 돼지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일으킨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을지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 상자가 인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돈업자들이 대안을 찾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돈업자들은 상자는 돼지의 복지를 오히려 증진시킨다고 주장한다. 상자 안에 넣어 놓으면 모든 돼지들이 고루 배불리 먹고 불필요하게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자를 사용하면 비용이 절약되어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더 많은 돼지를, 더 깨끗하게 키울 수 있어 식품 안전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전국돈육생산업자협의회의 부회장이자 수의사인 폴 선드버거는 “농부들은 장사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동물들을 잘 돌본다. 돼지들은 자기가 몸을 돌릴 수 없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돼지들은 그저 잘 먹고 안전하기를 원할 뿐이고 상자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돼지를 넣어놓는 상자의 크기는 대개 길이 7피트, 너비 2피트이나 1988년에 일리노이대학이 발표한 연구는 커다란 돼지들은 너비가 10~12피트는 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현재상자너비는 자꾸 좁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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