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인들도 즐겨 본 한국 TV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이병헌(민철 역)의 ‘눈물’.
겉으로는 냉정하나 눈에는 눈물을 가득 담고있는 그는 강한 카리스마 속에 한없이 따스한 속정을 보인다.
무거우면서도 뜨겁고, 서서히, 아주 어렵게, 고뇌와 삭힘을 보여주어 긴 자취가 남는 그런 남자의 눈물 앞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한국 남자들은 눈물을 잘 흘리는 것 같다.
원래 울보 여자는 있으나 울보 남자는 드물었다. 스포츠 경기에 승리하여 기뻐서 울거나 죽음에의 공포에 우는 남자는 용납되었었다. 그러나 술 취해서 울고 자기 분에 못 이겨 울고 슬픈 영화 보고 우는 등 보다 약한 감성으로 우는 한국 남자가 늘다보니 한국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에서 우는 남자들을 자주 보게된다.
한국 남자들은 유교적 사고방식으로 ‘남자들은 가슴속으로만 울되 밖으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 교육받아 왔다. 아무리 눈물이 나와도 “울면 바보야.”,”남자가 여자처럼 왜 울어?”하는 말이 쉽게 쓰여져 왔다.
그런데 이제 대중매체에서 우는 남자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보니 부드럽고 유약하며 서정적인 남자들을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남자, 여자를 떠나 모두 감정을 가진 동물이므로 눈물 갖고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볼 때 자신의 감정 표현을 솔직히 한다는 점에서는 이해될 만 하다.
그러니, 지금까지 있어 온 “여자의 눈물에 마음 약해지는 순간 남자의 인생은 흔들린다”는 말이 “남자의 눈물에 마음 약해지는 순간 그 여자의 인생은 흔들린다”로 바뀌어질 판이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에세이집 <남자들에게>에서 남자의 눈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 앞에서 왕왕 울 수 있는 남자는 역시 조금은 수상쩍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허락해도 될 경우가 있다. 그것은 헤어지겠다는 여자에게 눈물을 뚝 뚝 흘리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남자의 눈물이다. 눈물로 애원해도 결과가 바뀐다는 보장이 없는데, 아니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바뀌지 않으나 이런 장면에서 흘리는 남자의 눈물은 남자의 눈물 중에 용서될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 앞에선 여자든 남자든 우는 것이 반갑지 않는 나로서는 시오노 나나미의 이러한 생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 앞에선 자신의 프라이드나 명예를 모두 버릴 수 있다는 순수성을 말한 것에는 일단 동감이다.
그러면 뉴욕 한인여성들은 과연 울고 싶을 때 울고 있을까.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빠서 울고 있을만한 정신적인 여유도, 한가한 시간도 없다.
많은 주부들이 밤늦게까지 일한다. 직장 일에 파묻히고 집안 일에 지치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폭발할 지경이 되어 어딘가 돌파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마땅치가 않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동료, 남편, 아이, 이웃의 눈이 있어 내색을 못하다가 궁리 끝에 공동 묘지 앞에 가서 엉엉 큰소리로 몇 시간을 울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려버려 그후 울고싶을 때는 남의 묘 앞에 가서 실컷 운다는 것을 전해듣고 나는 그 사람이 참으로 좋아졌다.
이민을 왔어도 한국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대다수 한인남자들은 화를 내고 분풀이를 하며 사는 편이지만 여자들은 그에 비해 많이 참는 편이다.
할 말 다 못하고 속으로 삭히며 사는 여자들일수록 요즘, 남자들의 눈물이 더욱 눈에 들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눈물도 눈물 나름인 것이, 어떤 남자가, 왜 우느냐에 따라 다르다.
아무 데서나 철철 눈물을 흘린다거나 전혀 감동을 주지 않으면서 눈물 먼저 떨구면 그것을 보는 여자들은 왕 짜증이 날 것이다.
강한 남자가 극한 상황에서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여성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