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프로복싱 폐지론자들의 목소리가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80년대 중반 WBC 헤비급 세계챔피언을 그렉 페이지가 펀치충격으로 한달째 중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9일에는 호주의 경량급 복서가 경기직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흘만에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페이지는 지난달 9일 켄터키주 얼랭거에서 벌어진 논타이틀전에서 무명의 데일 크로에게 무수히 얻어맞고 비틀거리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아직껏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페이지의 불행은 그러나 복싱폐지론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지는 못했다. 전성기를 한참 지난 늙은 복서가 링에 오른 게 문제일 뿐 ‘복싱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반론이 얼마간 먹혀든 것이다.
지난 6일 호주 멜번에서 6라운드짜리 빅토리아주 랭킹전을 끝내고 혼수상태에 빠진 뒤 9일 오전 숨진 아마드 포플 역시 그의 ‘타고난 불운’쯤으로 덮여질 뻔했다.
녹화 테입 재검 결과 포플이 상대 토니 파파로부터 몇차례 주먹세례를 받고 6회에는 뒤통수를 맞는 등 수세에 몰리기는 했으나 결정타에 의한 다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데다 6회 두 선수가 뒤엉켰다 떨어지는 순간 포플이 뒤로 넘어진 것도 단순히 밀려넘어진 것으로 판명된 까닭이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프로모터 피터 매니아티스는 포플의 부상이 "알다가도 모를 변고"라며 "복싱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고 언급하는 등 재빨리 복싱폐지론 확산을 경계하는 차단막을 쳤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주 메디칼협회가 문제를 삼고나서는 바람에 불똥이 결국 복싱존페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협회 대변인 크리스 메리 박사의 지적대로 "복싱은 상대방을 때려서 신체적 대미지를 입히는 게 유일한 목적인 야만적 스포츠"라는 게 폐지론자들의 변함없는 ‘아우성’이다. 복싱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폐지운동에 앞장서온 영국의사회·유럽의 몇몇 인권단체 등도 포플의 죽음으로 복싱의 야만성을 입증하는 생생한 증거를 확보한 이상 복싱추방을 위해 더욱 강력한 행동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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