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양선<콜로라도주립대 수의과대학 세포조직학 연구실>
무던한 성격에 말없이 묵묵히 책임을 다하여 일하는 사람을 보고 소처럼 믿음직스럽고 충실한 일꾼이라고 한다. 그처럼 신임을 얻고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던 소가 요즘 대우를 못 받는 형편이다. 바로 광우병 때문이다.
1996년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정식 발표를 통해 광우병(BSE)이 발생, 감염된 소고기를 먹은 몇 명의 환자가 사망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 농무부는 절대로 그 곳에는 광우병이 전염된 가축이 없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지난 2년 사이 광우병은 꾸준히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지로 퍼지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는 학교에서 공급하는 점심식사 메뉴에서 소고기가 들어 있는 음식은 완전히 없애도록 지시를 내린 형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광우병이 이제는 한달이면 두서너 번씩 뉴스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어서 일반인들도 광우병에 대해서 조금씩 깨우쳐지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광우병이 미국에서는 절대로 감염되지 않는다고 연방 농무부가 보장한다고는 해도 우리 각자 자신들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공연한 오해로 쇠고기를 전연 안 먹는다는 식의 자세보다도 우선 이 병이 무엇 때문에 무서운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유럽을 무대로 12년간 진행된 연구결과를 보면 병원균은 감염된 소의 뇌와 등골에서 발견되었고 아직 근육질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광우병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4년이란 오랜 잠복기를 가지고 있으며 증상은 다양하지만 대개 세 단계로 나눌 수가 있다. 우울증, 피로와 불면증으로 처음 시작하여 다음에는 기억력 장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말기에는 말을 못하고 거동이 전연 되지 않다가 1~2년 내에 숨을 거두게 된다. 광우병에 걸리면 뇌에 스펀지 현상이 일어나 기공이 생기면서 뇌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니 무서운 병이다.
광우병도 알고 보면 사람의 욕심으로 생긴 병이다. 소들이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게 내버려두었으면 이런 병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농가에서 겨울에도 큰솥에 콩, 강냉이, 볏짚 등을 끓여서 먹였다. 넉넉함이 엿보이던 시대였다. 요즘은 성급한 가축산업의 발전으로 소나 돼지들을 초고속으로 빠른 시일 내에 성장시켜서 시장에 내다 판다. 이런 고속 발육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단백질이 든 동물성 사료이다. 소의 뼈, 내장 등 말려서 분말로 만든 동물성 가축사료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면 광우병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이 병에 대한 예방법은 물론 치료법과 치료약도 전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광우병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이 기회에 식생활을 개선해 볼 필요는 있겠다. 예를 들어 소의 뇌, 내장 등 모든 부위를 조리해서 만든 가공식품들 즉 소시지, 핫도그 같은 음식은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육류의 원산지를 꼭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일들이 터질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은 야채, 콩을 주로 한 우리의 전통음식이 얼마나 훌륭한 건강식인가 하는 점이다. 요즘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콩으로 만든 두유나 두부요리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나는 내 동료들에게 마이클 잭슨도 좋아하는 채식 비빔밥을 건강식의 하나로 소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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