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를 펼쳐놓는 듯 싶지만, 어느새 각각의 사연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커다란 타피스트리로 완성된다. 감독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픈 프로젝트일텐데, 역시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유명 스타들을 동원하여 모자이크화에 성공하고 있다. 로버트 알트먼의 ‘패션 쇼’와 ‘숏 컷’,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과 ‘재키 브라운’,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제임스 토바크의 ‘블랙 앤 화이트’, 스티븐 소더버그의 ‘트래픽’ 을 꼽을 수 있겠다.
제임스 D. 스턴의 2000년 작 ‘레이즈’ (15세, 콜럼비아) 역시 이 분방한 외형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자유로운 총기 소지 제도가 살인과 폭력을 유인한다는 문제 의식을 깔고, 비극적인 에피소드들을 끌어간다. 누구나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문제에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합리적인 행동이나 대화로 풀기보다 즉흥적인 감정 폭발로 해소하려는 현대인의 단절감, 위기 의식이 비극의 원인이 되고있다는 것. 총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면 남의 생명을 빼앗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도 담겨 있다. 따라서 사설 경비원에게 총기 소지를 허락한다는 최근 뉴스에 적절한 시사를 해주는 영화라 하겠다.
가정의 단란한 한 때를 담은 홈 무비는 아이들의 물총쏘기 놀이, 자녀에게 사격을 가르치는 아버지, 총기 사건 보도, 무기 세일 광고로 바뀌어간다. 아내 헬렌(조안 알렌)과 친구 사이를 의심해온 사이코 갑부 워렌(제프 다니엘스)이 친구를 쏴 죽인다. 워렌의 변호를 맡은 흑인 팀(앙드레 브로거)은 인권 운동가였던 아버지가 암살된 탓에 총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나, 동성 애인 데이빗(데이비스 슈머)의 질투에 희생된다.
발명가 모간(게리 시니즈)의 비서가 된 헬렌은 기계만을 상대하는 모간의 폐쇄성을 깨보려하나 그의 총기 난동을 막지 못한다. 십대 소녀 리(안나 파킨)는 오빠(지오바니 리비시)를 부추겨 자신을 짝사랑해온 터넬에게 총을 겨누게 한다. 이들 주변에 은퇴를 앞둔 형사 테일러(로버트 포스터)가 있다.<비디오 칼럼니스트>
감상 포인트/제 정신 가진 유일한 인물인 헬렌은 일년에 총기 사고가 12번밖에 없는 노르웨이로 떠났다고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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