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부터 3일동안 UCLA 맥가완 홀에서 공연한 연극 ‘태’(Life code, 오태석작 김아정 번역 김철승 연출)는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양위교서....!’ 하는 단종의 외치 같은 대사와 신숙주의 대사인 성산문, 그 아비 성성, 그형제 성삼빙 성삼고 성삼성, 그의 아들 성맹철 성맹평 성맹정. 그의 손자 성현, 성택등을 효수하여 족멸하라! 박팽년, 그의 아비 박중림, 그의 아우 박기녕....둥둥을 족멸하라....!
파란눈의 젊은 연극학도들이 외치는 한국말 이름들은 발음이 분명했다. 그 발성에서 몸짓에 이르기까지엔 연출가의 노력이 거대한 바위산의 그림자로 함께 하고 있어 보였다.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고 수많은 지성들과 충신 그리고 조카까지 죽인 수양대군의 실루엣이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전신에 물을 부으며 몸을 씻지만 그 운명의 파자죽은 결코 씻겨지지 않는다. 그 배반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 역사속엔 핏줄을 잇기 위한 사람들의 치열한 몸부림이, 생명화 한, 그리고 권력이 한데 엉켜 무대를 채운다.
오태석의 태는 젊은 연출가 김철승에 의해서, 그리고 번역을 한 CSUN 김아정 교수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연때에 동국대 예술대 학장을 지낸 안민수 교수의 연출로 한국 연극계가 새로운 충격을 받은 이후 30년만에 또 다른 무대를 보여준 UCLA 공연이었다. 연극을 전공한 미국의 연극한 교수들 마저 신선한 충격이라고 평한 이번 공연은 세계 연극계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의 희곡 문학이 세계 시장의 진열대 위에 등장하는 역할도 함께 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희곡 작가들에게 큰 기대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미국의 대학극장에서 한국작가의 희곡을 영어로 번역한 공연을 처음 관람한 필자는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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