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영화 과거 현재 미래를 본다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에서 보여지는 멕시코는 범죄의 나라다. 납치와 마약, 부정으로 범벅된 곳.
여전히 우리에게 멕시코는 못 사는 나라, 부유한 미국인들의 휴양지, 축구의 나라로만 인식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데킬라를 비싼 돈을 내고 마시고, 세련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새콤달콤하면서 향이 진한 나초를 판다. 그리고 인사동거리에 오면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멀리 있는 나라, 잘 모르는 나라 일꺼라 생각되지만 실상 우리 생활 한자리를 차지하는 나라다.
그러한 멕시코를 영화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아트선재센터와 주한멕시코 대사관이 8일부터 1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주최하는 ‘제4회 멕시코 영화제’가 그것. 국내서 접하기 어려운 멕시코 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이색 무대다. 일반인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멕시코영화는 ‘달콤 쌉싸름한 쵸콜렛’(알폰소 아라우 감독, 92년)나 TV 시리즈’천사들의 합창’ 정도다. 둘은 너무도 다르면서 멕시코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조적인 작품들이다. 정열적이면서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반면에, 순수함을 간직한 멕시코 영화들. 거기에 특유의 신비주의적 경향은 문학적인 배경과 함께 인접한 미국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을 준다.
’새로운 멕시코 영화의 창’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장편 5편, 단편 6편을 선보인다.
장편영화는 루이스 카를로스 카르레라 감독의 97년작 ‘마력(Under a Spell)’, 마리사 시스타츠 감독의 ‘연(The Comet)’(97년), 멕시코ㆍ스페인ㆍ아르헨티나 등 3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가브리엘 레테스 감독의 ‘죽음의 향기(Sweet Scent of Death)’(98년), 오스카르 우르루티아 라소 감독의 ‘마지막의식(TerminalRite)’(99년), 엘윈 네우메이르 감독의 ‘레온의 모험(A Trickle of Blood)’(94년) 등이다.
지난해 산 안토니오 라틴영화제 최우수 영화부문 수장작 ‘마력’은 선생과 비밀스런 로맨스를 시작한 13살의 엘리세오가의 사랑 그리고 좌절을 통해 자유를 얻는 다는 내용. ‘연’은 독재주의자에 반항해 잡혀간 아버지를 목격한 발렌티나가 텍사스 산 안토니오에 머물고 있는 반란자 마데로에게 전해줄 돈가방을 가지고 떠나면서 겪는 무질서한 정치풍토를 카메라에 담았다. ‘죽음의 향기’는 어느 이른 아침 카르란코 시골에서 라몬이 자신이 몰래 사랑해오던 아델라의 죽은 시체를 발견하면서 꼬이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를 그렸다. 지난해 카르타헤나 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작. ‘마지막 의식’은 어느 원주민 마을을 방문한 아테고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호신 축제를 취재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신비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판타스틱한 작품이다.
이와함께 보여지는 단편은 ‘벽’(세르히오 아라우 감독), ‘하늘을 향한 기나긴 길’(호세 안헬 가르시아 모레노), ‘장단’(카를로스 쿠아론), ‘가슴을 내놓고’(레네 카스티요, 안토니오 우르루티아), ‘곧 문제를 해결할꺼야’(호르헤 라미레스 수아레스), ‘천상의거울’(카를로스 살세스) 등이 있다.
상영시간은 매일 오후 2시, 4시30분, 7시 세차례며 일정은 8일=’연’ ‘단편모음’’마지막 의식’, 9일=’죽음의 향기’ ‘레온의 모험’ ‘마력’ , 10일=’마지막 의식’ ‘연’’레온의 모험’ , 11일=’단편모음’’마력’’죽음의 향기’ 등이다.
입장료는 4,000(단체할인 3,000원), 문의 아트선재센터(www.artsonje.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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