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여자프로골프계(LPGA)는 완전히 한인여성골퍼들의 무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한해 LPGA투어의 모든 일정과 내용 및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LPGA 공식웹사이트(www.lpga.com)를 들어가보면 그런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되는데 웹사이트 초기화면에는 김미현 배너가 ‘2000년 LPGA대회 톱10에 13회 포함’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상단에 올라있으며 얼마전 오피스디포대회에서 우승한 박지은의 모습을 담은 배너 및 인터뷰내용이 금방 눈에 뜨인다.
‘또 2001년도에 누가 가장 우승을 많이 할 것같은가’를 묻는 ‘라이브 폴’(여론조사) 배너에는 박세리(Se Ri Pak)의 이름이 로라 데이비스, 애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등과 함께 올라있고 나머지선수들은 ‘기타’로 처리되어 있다.
그만큼 톱랭커 대접을 받고 있는 것.
LPGA에서의 이러한 ‘한국여성골퍼 돌풍’은 올들어 3번 개최된 대회에서 박세리와 박지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수긍이 가고 한인동포로서도 기쁜 일이다.
그러나 기뻐함도 그 도가 지나치면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게되고 그 도가 더욱 지나치면 ‘천박스럽다’든지 ‘한심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 한 예가 2일 현재 총2049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난 ‘올해 누가 가장 우승을 많이 할 것같은가’ 인터넷투표 결과다.
이 투표에서 로라 데이비스는 1%, 캐리 웹은 18%, 애니카 소렌스탐은 11%, 기타가 16%, 그리고 박세리가 55%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는 한국의 네티즌들, 또는 미주한인 네티즌들이 대거 인터넷 투표에 몰려들었기 때문일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압도적 표차로 박세리가 올해 최다승을 기록할 것으로 생각하는 미국골프팬들이 정말로 50% 이상에 달할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게 중론이다.
오히려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별명까지 붙은채 작년에 7승으로 최다우승을 기록하고 지난번 오피스디포대회에서도 박지은에 이어 한타차로 준우승을 기록한 캐리 웹이 최소한 박세리와 비슷한 정도라도 돼야 이 인터넷투표가 신빙성을 인정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또 있다.
지난해 미국메이저리그의 공식웹사이트에서 그해 메이저리그의 최고투수에게 주는 영예인 ‘사이영상 후보감 1등’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자타가 공인하던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이던 랜디 존슨을 제치고 박찬호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 압도적 1위로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과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인터넷투표’ 배너를 개설하고 이틀째까지 정상적으로 나타나던 투표결과가 갑자기 그 다음날 순위가 확 뒤바뀌어 버렸기 때문.
이러한 결과는 본국언론에서 ‘박찬호, 사이영상 설문조사 후보 올라’라는 기사가 나간뒤 그 직후 나타난 것이어서 본국의 네티즌들이 메이저리그 웹사이트에 몰려와 대대적인 몰표 쏟아붓기에 힘입은 것이 아니냐며 ‘창피한 일’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설문조사가 이상하게 나타나자 당시 메이저리그측은 결국 설문조사 코너를 없애버리고 말았고 미국프로야구기자단이 투표하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랜디 존슨이 압도적 표로 수상한바 있는데 박세리의 이번 투표결과는 LPGA측이나 캐리 웹등 선수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박세리가 90% 이상의 1등으로 나타날수록 거꾸로 ‘코리안은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말을 듣게되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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